남준우, 삼성중공업의 LNG 기술 격차에 힘 실어 시장 지배력 굳힌다

▲ 10일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은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조선·해양 LNG 통합 실증설비’의 착공식을 주관했다. 사진은 테이프 커팅식을 하는 모습. <삼성중공업>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LNG(액화천연가스) 관련 선박의 건조기술을 키우는 데 힘을 싣는다.

삼성중공업은 LNG 선박과 관련한 실증설비를 짓고 LNG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조선업계가 LNG운반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는 상황에서 남 사장은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벌려 시장 지배력을 굳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10일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조선·해양 LNG 통합 실증설비’의 착공식을 열고 2020년 12월까지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실증설비를 통해 삼성중공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천연가스 재액화 공정의 설계, 부유식 천연가스 공급설비의 신냉매 활용 공법, 극저온 단열 저장용기(화물창) 등 LNG 관련 핵심 기술들의 성능을 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LNG 실증설비를 구축하는 것은 삼성중공업이 조선업계 최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실증설비가 완공되면 그동안 외부업체와 협력을 통해 진행했던 신기술의 실증 평가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차세대 기술의 적용을 더욱 앞당길 수 있고 기술의 내재화를 통한 선박 건조원가 절감과 성능 차별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 사장은 이날 착공식을 직접 주관하며 실증설비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LNG분야의 기술력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실증설비 구축의 의미가 크다”며 “세계 최고의 LNG 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NG와 관련한 선박시장은 LNG운반선을 필두로 전망이 밝다.

글로벌 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2020년부터 2027년까지 1년에 적어도 50척 이상의 LNG운반선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LNG추진선도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유 황함량 규제와 맞물려 기존 저유황유 추진선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KDB산업은행이 함께 펴낸 ‘글로벌 친환경 선박 기자재시장 동향 및 해외시장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LNG추진선 발주가 2025년 글로벌 선박 발주의 60.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남 사장이 LNG 선박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세계 조선시장의 톱 티어(최고수준)로서 삼성중공업의 위상을 더욱 확고하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LNG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2019년 들어 상반기에 발주된 LNG운반선 30척 가운데 10척을 수주했다. 모두 17만 m2급 이상의 초대형 LNG운반선으로 같은 급수의 선박으로만 따지면 21척 가운데 10척이다.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는 세계에서 발주된 4척 가운데 3척을 수주했을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

그럼에도 남 사장이 LNG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에 더욱 힘을 쏟는 후발주자인 중국 조선업계가 삼성중공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힐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준우, 삼성중공업의 LNG 기술 격차에 힘 실어 시장 지배력 굳힌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앞서 1일 중국 정부는 올해 안에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를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두 조선사가 합치면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을 넘어서는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한다.

그런데 이 합병의 의미는 단순히 규모가 큰 조선소가 등장한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는 후동중화, 상하이와이가오차오, 다롄, 장난 등 중국의 대규모 조선소들을 보유한 조선사이며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는 28개의 선박기술 연구소를 기반으로 기술력에 강점을 보이는 조선사다.

두 회사의 합병은 규모는 물론 기술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지닌 조선사가  탄생함을 뜻한다. 게다가 이 조선사는 중국이라는 대규모 내수 시장도 갖고 있다.

중국의 기술력 확대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8일 중국 국영해운사 코스코해운(COSCO Shipping)이 장난 조선소, 중국해양설계연구기관(MARIC)등과 손잡고 세계적 선급협회인 영국 로이드레지스터와 연계해 22만 CBM(입방세제곱미터) 규모의 초대형 LNG운반선 설계를 승인받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장난 조선소는 이미 로이드레지스터로부터 선박과 화물창이 일체화된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의 기초 설계승인을 획득한 상태인만큼 중국 조선업계의 초대형 LNG운반선시장 공략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조선업계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한국 조선사들이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힘쓰지 않으면 수주 텃밭인 LNG운반선 시장을 중국 조선사들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 섞인 목소리도 조선업계에서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조선사들이 이미 일반화물선(벌커), 액체화물운반선(탱커) 수주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어 LNG운반선시장마저 내준다면 한국 조선사들은 설 자리가 크게 좁아진다”며 “남 사장이 삼성중공업의 LNG 기술력을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단순히 수주 경쟁력 확대를 넘어 중국 등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벌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