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은 거침없는 스타일의 경영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거침없기로 유명하다.

대우자동차 기획실 직원 10여 명과 함께 시작한 셀트리온이 자산 5조 원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서 회장 특유의 자신감 있는 경영 스타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나온다.

서 회장은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 원인데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 원 정도밖에 못한다”며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같이 하면 몇 백조는 차지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 5월에는 2030년까지 40조 원을 투자해 글로벌 1등 제약회사인 화이자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흙수저 신화’의 주인공답게 자신감이 넘치는 서 회장은 언론 등에도 생각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다.

◆ 서정진, ‘자수성가’형 기업인

서정진 회장은 과감한 결단과 지독한 노력의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1983년 삼성전기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한국생산성본부를 거쳐 1991년 대우자동차 기획재무 고문으로 발탁됐다.

당시 김우중 전 대우자동차 회장이 30대 중반인 서 회장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내일부터 당장 우리 회사로 출근하라’며 대우차 임원으로 영입한 일화는 유명하다.

1998년 외환위기가 닥치고 대우그룹이 해체되자 경영혁신을 담당한 임원으로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나왔다.

바이오에 문외한이었지만 유망하다는 판단 하나로 바이오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1년 동안 40여 개국을 다니면서 외국의 유명 바이오 연구자들을 방문해 인터뷰하고 최신 동향을 파악했다고 한다. 수백 권의 의학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지식도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하고 인천 송도에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세웠고 미국 바이오기업 벡스젠과 KT&G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사업기반을 마련했다.

창립 10년 만인 2012년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국내 바이오업계의 선두주자가 됐다.

램시마는 현재 유럽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며 오리지널 의약품을 뛰어넘었다.

◆ 셀트리온 주가, ‘공매도’와 ‘실적 부진’으로 계속 하락

셀트리온 주가는 2018년 3월 역대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현재는 반토막 수준이다.

한때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3위에 올랐으나 지금은 5위로 떨어졌다.

셀트리온만 하락한 건 아니다. 셀트리온과 함께 국내 양대 바이오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역시 60만 원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30만 원대다.

바이오주에 전반적으로 ‘거품’이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바이오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이 컸다.

셀트리온 주가 하락의 원인은 ‘공매도’와 ‘실적 부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셀트리온 주가는 2018년 9월17일 30만2500원에서 2018년 10월16일 26만2000원까지 떨어졌는데 한 달 동안 셀트리온의 공매도량은 308만2953주로 모든 종목 가운데 가장 많았다. 공매도의 매매비중은 22.93%였다.

셀트리온이 2018년 4분기에 이어 2019년 1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낸 것도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증권사 영업이익 추정치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어닝쇼크’를 냈다.

그 뒤 주가는 하락했고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다시 오르다가 실적 부진이 2019년 1분기에도 이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5월27일 17만2천 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보였다.

◆ 2020년 은퇴 선언한 서정진, 신약 개발의 기반 닦는 데 온 힘

서정진 회장은 올해 초, 2020년 말까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깜짝선언을 했다.

서 회장은 “기업인에게 중요한 것은 나갈 때를 아는 것이고 팔팔할 때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해왔다”며 오랫동안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은퇴 뒤 전문경영인에게 셀트리온 경영을 전담하도록 하고 아들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겨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말해 바이오업계 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선언대로라면 서 회장에게 남은 시간은 1년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나아가야 할 과정을 4단계로 나누고 있다.

1단계는 '기반기술과 인프라 확보'이고 2단계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다. 3단계는 '신약 개발', 4단계는 ‘글로벌 종합생명공학기업’으로 성장이다.

서 회장은 현재 셀트리온이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보고 바이오시밀러의 자체 유통망 구축과 신약 개발을 위한 기반을 닦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부터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독감 항체 치료제 등 6개의 신약을 개발하며 바이오시밀러 판매에서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셀트리온 미래 주가, 트룩시마 허쥬마 램시마SC 성공에 달려

셀트리온의 향후 주가는 램시마의 뒤를 이은 바이오시밀러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올해 말과 내년 초에 혈액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미국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2016년 4분기에 램시마로 미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유럽시장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2018년 4분기 미국시장 점유율은 5.8%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정진 회장은 트룩시마와 허쥬마는 미국에서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두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판매를 담당하는 테바가 미국에서 항암제 판매채널을 확보하고 있고 계약관계도 램시마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화이자보다 테바와 계약관계가 셀트리온에 더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오리지널 제약사가 과도한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어려운 약품인 점도 셀트리온의 미국시장 침투에 긍정적 요인이다.

올해 11월경에도 셀트리온 주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하주사형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가 11월 유럽 의약청(EMA)의 판매허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램시마SC는 기존 램시마보다 약 2~3배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램시마SC가 유럽에서 판매된다면 셑트리온은 원가율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