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삼성전자를 겨냥해 한국에 반도체소재를 공급하기 어렵도록 하는 새 수출규제를 도입했지만 이런 제재가 실제로 큰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9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가 확산되거나 수출금지 조치로 발전한다면 한국과 세계 전자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 한국 겨냥한 일본 수출규제에 큰 타격 받을 가능성은 낮아

▲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


일본정부는 최근 일본기업이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일부 소재를 한국에 공급하려면 별도로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는 새 수출규제를 도입했다.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주요 산업인 반도체를 겨냥해 외교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반도체소재의 수출규제 또는 금지조치가 오히려 일본정부에 달갑지 않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높다고 바라봤다.

메모리반도체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금지한다면 반도체 가격이 폭등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증가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일본산 부품 및 소재의 경쟁력 약화,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본정부가 원하는 그림은 아닐 것”이라고 바라봤다.

일본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 사용되는 소재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일본의 소재 공급 중단이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술 발전에 주목하고 있던 세계 시스템반도체업계가 모두 사업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일본이 중장기적으로 큰 비난에 직면할 만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 가능성은 낮다”며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가동이 중단될 상황까지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반도체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주로 정치적 이유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원은 “일본의 한국 반도체소재 수출규제는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매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과시적 규제로 파악된다”며 “7월 열리는 선거를 의식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바라봤다.

일본정부의 주된 목적이 한국 반도체기업과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계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만한 조치를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소재를 단기간에 국산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일본정부는 단기적으로 수출규제 품목과 분야를 확대하며 한국을 압박할 것”이라며 “하지만 핵심소재의 수출금지라는 극단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