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 최대한 오래 현업에 남는 것.’

김대일 펄어비스 이사회 의장이 간직한 꿈이다.
 
[오늘Who] 김대일, 게임엔진 개발 '뚝심'으로 펄어비스 도약 이끈다

김대일 펄어비스 이사회 의장이 사무실에서 게임개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장이 뚝심있게 개발에 매달린 결과 펄어비스는 두 번째 도약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펄어비스가 김 의장 주도로 차세대 게임엔진 개발에 전력을 쏟으면서 신규 게임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8일 펄어비스에 따르면 김 의장을 주축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개발 중인 차세대 ‘검은사막 엔진’은 개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게임엔진은 게임 이용자들뿐 아니라 주주와 증권사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펄어비스의 게임 개발 속도를 높여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차세대 게임엔진은 게임의 완성도를 올리는 동시에 빠른 개발 속도를 확보하고 플랫폼 사이 호환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앞으로 출시하는 게임들은 모두 차세대 엔진을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펄어비스는 지금까지 ‘원게임 리스크’ 혹은 ‘원 히트 원더’라는 한계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력 게임인 ‘검은사막’ 지식재산권을 PC에서 모바일, 콘솔게임 플랫폼인 엑스박스원과 플레이스테이션4로 확장하고 운영 지역을 넓히긴 했지만 단일 지식재산권에 의존하는 비중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특정 게임 이용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을 메울 다른 게임이 없으면 지식재산권 한 개의 흥행만으로 실적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차세대 엔진개발이 완료돼 신규 게임이 나오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다면 펄어비스는 원 히트 원더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된다.

펄어비스는 현재 PC와 콘솔용 1인칭 총게임 ‘프로젝트K’와 캐주얼 역할수행게임(RPG) ‘프로젝트V’를 제작하고 있다.

PC온라인게임 ‘검은사막’에서 파생하는 신규 게임 ‘섀도우 아레나’도 개발한다. 섀도우 아레나는 여러 명이 경쟁해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으로 검은사막의 일부 콘텐츠를 단독 게임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김 의장은 차세대 게임엔진과 펄어비스의 모든 게임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김 의장은 2016년 개발에 열중하기 위해 대표직을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이사에게 넘기기도 했는데 펄어비스가 지금까지 성장한 데는 김 의장의 개발 욕심이 동력이 됐다. 

김 의장은 2010년 펄어비스를 창업하고 게임엔진 개발에 가장 먼저 착수했다.

대부분 게임회사들이 게임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유니티엔진’이나 ‘언리얼엔진’ 등 상용엔진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김 의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자체 엔진을 보유하면 게임을 원하는 형태로 구현하는 데 유리하고 개발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장점을 설명했다.

이 밖에 게임엔진회사들에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돼 영업이익률을 높게 유지할 수도 있다.

김 의장은 개발 경력 초창기부터 게임엔진을 직접 제작해왔다. 이런 경험이 이번에 펄어비스에서 자체 엔진을 개발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21살 때 가마소프트에 입사해 '캘드론엔진'을 만들었으며 이 엔진은 '릴 온라인'에 사용됐다. 릴 온라인은 김 대표가 처음으로 제작에 참여한 게임인데 펄어비스는 최근 세시소프트로부터 '릴' 상표권을 사왔다.

김 의장은 NHN에서 일할 때도 역할수행게임 'C9'의 엔진을 자체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