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환경운동연합 박옥희 “붉은 수돗물은 관리소홀의 인재”

▲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붉은 수돗물 사태는 관리 소홀에서 비롯된 인재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7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이 매뉴얼에 나와 있는 대로 관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붉은 수돗물 사태는 수돗물 공급체계의 무리한 전환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5월30일부터 인천에서 시작됐다.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점검으로 가동을 중지하면서 인근 수산·남동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수계전환방식으로 대체공급했다.

수계전환이란 정수장 사이 급수구역을 변경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과정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짧은 시간 안에 진행해 상수관 내부의 침적물이 떨어져 나와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짚었다.

박 사무처장은 “이번 사태를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라 상수도관리 체계와 관련한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점검을 하는 데 환경 전문가와 시민의 참여가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수돗물 관리의 문제가 드러난 인재라고 생각한다. 인천시는 수계전환에서 요구되는 작업 매뉴얼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사고 이후 수습체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아울러 사태 초기에 인천시와 시민, 중앙정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도 문제라고 판단한다.”

박 사무처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위기 대처 매뉴얼의 부재를 꼽았다. 시민들의 적극적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까스로 수습됐다는 점에 문제가 크다고 바라봤다.

- 상수도 관리체계와 관련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수질검사와 관리를 위해 설치된 민간 심의기구인 수돗물평가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정상적으로 모니터링이 이뤄졌다면 붉은 수돗물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상수도를 관리하는 상수도사업본부의 구성에도 문제가 있어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천상수도사업본부의 구성을 살펴보면 명예퇴직과 공로연수 등을 앞두고 있는 간부 공무원의 비중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임기가 끝나고 일시적으로 거쳐 가는 자리로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박 사무처장은 제대로 된 환경직 공무원이 배치되지 않은 점이 붉은 수돗물 사태를 발생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꼽았다.

- 상수관의 노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는지?

“상수관의 문제뿐만 아니라 하수관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관로로 매설되어 있는 노후관을 향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노후관의 정의를 놓고도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구연수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관의 상태를 기준으로 노후관을 정의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2018년 발표한 ‘2017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수도관의 총길이 20만9034km 가운데 설치된 지 21년 이상 지난 노후 상수관은 6만7676km로 32.4%를 차지했다.

노후 상수관의 개량시기를 놓치면 노후화된 관로가 누적될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으로 관로 개량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빠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수도정책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수도요금이 낮아 물을 여유있게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낮은 수도요금 때문에 상수관에 관한 예산이 모자라게 되고 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사례도 발생해 문제가 크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를 향한 예산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정부가 우선순위를 정해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더욱 꼼꼼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옥희 사무처장은 1968년 태어나 환경운동연합의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편집위원장을 지냈다. 2018년 8월부터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