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을 비롯한 국내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한 점포 축소흐름에서 벗어나 '알짜 고객'을 겨냥한 점포 운영정책을 펼치고 있다.

비대면 영업채널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고객과 접점을 최적화하고 고객의 금융수요에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특화점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밋밋한' 은행 지점 대신에 '알짜고객' 겨냥한 특화점포 경쟁 뜨겁다

▲ 네이버 사옥 안에 있는 신한은행의 '무인화 점포'.


5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국내 영업점포 수는 3월 말 기준 880곳으로 1년 전보다 7곳이 늘었다. 지점과 출장소 수를 합친 수치다.

같은 기간에 다른 시중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인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1년 동안 KB국민은행은 8곳, 우리은행은 11곳, KEB하나은행은 15곳의 점포를 줄였다.

신한은행이 이 기간에 지점 1곳을 줄이는 대신 서울시 시금고를 따내면서 출장소를 8곳 늘렸기 때문이다.

출장소는 주로 주거래 협약을 맺은 건물에 입점하는데 예적금 및 대출 등 기본적 소매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일반지점보다 적은 수의 직원들이 일한다. 

신한은행은 탄력점포를 비롯한 특화점포들을 늘리면서 지점 폐쇄속도도 둔화했다. 탄력점포는 은행의 일반적인 영업시간과 달리 저녁시간대나 주말에도 문을 여는 점포를 말한다.

신한은행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지점 25곳을 줄였지만 2018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는 지점 1곳을 줄이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특화점포와 대학교 지점, 소수의 안내 직원을 두거나 아예 직원이 없는 무인점포 등을 늘려가고 있다.

입출금, 계좌이체 등 단순업무는 비대면으로 상당부분 옮겨간 만큼 지금의 '무색무취' 영업점을 없애는 대신 특정 금융수요가 있는 고객을 겨냥한 전문 상담서비스 및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를 줄여가던 흐름에서 ‘알짜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 변화로 보인다.

신한은행뿐 아니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수도권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각 지방은행들도 다양한 고객층에 맞춰 다양한 특화점포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큰 손'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자산관리 특화점포를, 공단이나 대기업들이 집중된 도심에는 기업금융 특화점포를 만드는 데 이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있는 지역이나 공항 근처에는 해외송금 및 환전에 특화된 점포를 세우고 있다.

20~30대를 겨냥해 지점과 카페가 한 공간에 있는 특화점포를 만들거나 문화예술 콘텐츠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점포를 만들고 비대면시대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는 노인을 겨냥한 특화점포도 선보이고 있다.

과거처럼 점포에서 고객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바꿔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특화점포는 기존 점포와 비교해 공간이 덜 필요한 데다 특화된 업무를 다룰 소수의 전문인력만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은행이 점포를 폐쇄할 때 취약계층의 피해를 분석하는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가 5월부터 적용됐다. 점포 폐쇄가 쉽지 않아진 것인데 이런 점도 은행들의 특화점포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일 요인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보다 앞서 ‘점포 구조조정’을 겪은 일본 은행들도 최근에는 점포를 줄이기보단 기존 점포를 무인점포나 상담특화형 점포 등으로 바꾸는 ‘점포 혁신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낮은 비용으로 고객 눈높이에서 서비스를 강화하는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