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잘 나가던 인도시장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인도를 ‘포스트 차이나’로 점찍은 상황에서 성장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데 현대차는 친환경차에서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인도에서 판매 주춤, 친환경차로 '포스트차이나' 만들기 총력전

▲ 김선섭 현대자동차 인도권역본부장.


4일 현대차 인도법인에 따르면 6월 인도에서 판매된 현대차는 모두 4만2007대로 집계됐다. 2018년 6월보다 판매량이 7.3% 줄었다.

월별 판매량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해 하락세가 2월부터 다섯 달 연속 이어졌다.

물론 이런 하락세가 현대차만의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인도시장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도 자동차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마루티스즈키의 6월 판매량은 15.3% 급감했다. 현지기업인 타타자동차의 판매량도 13.6% 줄었고 토요타도 19% 감소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1~5월 인도 자동자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줄어드는 등 전반적 침체기에 빠진 상태라 현지에 진출한 완성차기업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 현대차의 판매 감소폭이 자동차업계의 평균치보다 적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가 근래 수 년 동안 인도시장에 각별한 공을 들이면서 판매 확대를 촉진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경쟁업체들도 고전하고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대차가 인도시장에 주목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보였던 중국에서 사드보복 이후 하향세를 면치 못하면서 인도를 ‘포스트 차이나’의 주요기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인도를 방문해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는 새 비전을 밝혔다. 그룹의 새 목표를 제시할 장소로 인도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현대차 인도 법인은 지난해 신차와 공장 증설, 보완투자 등으로 3376억 원을 투자했고 올해도 3250억 원을 넣는다. 앞으로 5년간 1조 원을 더 쓰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4월에도 인도 출장길에 올라 직접 생산현황을 점검하기도 했으며 새로운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베뉴의 첫 출시 국가로 인도를 선택했다.

모두 인도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들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판매 감소가 장기화한다면 현대차가 여태껏 세웠던 전략들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 ‘포스트 차이나’의 전진기지로서의 임무가 주어진 상황이라 판매 반등을 이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차가 곧 출시할 여러 친환경차들이 인도에서 판매 반등을 이끌어낼 견인차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차 인도에서 판매 주춤, 친환경차로 '포스트차이나' 만들기 총력전

▲ 현대자동차 '코나EV'.


현대차는 9일 인도에 전기차 ‘코나EV’를 내놓는다. 

현대차 역사상 인도에서 처음으로 친환경차를 내놓는 것으로 인도 정부의 전기차 확대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인도 정부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하기 위해 전기차 구매에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를 늘리고 있다.

아직 인도에서 한 해 동안 판매되는 전기차 수가 많지 않지만 정부정책에 일관성이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코나EV의 시장 안착에 성공한다면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대차는 3일부터 트위터 인도계정을 통해 코나EV의 충전시간이 스마트폰의 충전시간과 같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며 사전 흥행몰이에 나섰다.

파이낸셜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은 코나를 “이 세그먼트의 자동차에서 기대하는 모든 기능과 편의사양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코나EV를 출시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친환경차를 인도에 출시한다.

박동휘 현대차 아중아지원실장은 2월 ‘한국-인도 비즈니스 심포지엄’에서 “현대차는 인도에 5년 이내 20여 종 이상의 친환경차를 공급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자율주행기술 등 새로운 형태의 이동수단도 끊임 없이 개발해 경험해보지 못한 새 모빌리티 서비스를 인도에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