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사장 공백이 마침표를 찍었다. 가스공사 사장에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선택됐다.

정승일 전 사장이 산업부 차관으로 이동한 지 열 달, 채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물러난 지 아홉 달 만이다.
 
[오늘Who] 가스공사 사장은 결국 채희봉, 에너지정책의 일선 맡아

▲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새로 선임된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노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정부정책과 발을 맞춰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이 선임된 것을 놓고 예상했던 인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관료출신인 채 사장은 이번 사장 공모에서 내부출신인 김영두 현 사장 직무대리와 함께 최종 후보군에 들었다.

가스공사 설립 이후 36년 동안 12명의 사장이 재임했는데 이 가운데 내부출신 사장은 14대 사장인 장석효 전 사장뿐이었다. 그나마도 장 전 사장의 임기는 1년 반가량으로 길지 않았다.

반면 관료출신 정치인까지 포함한 관료출신은 모두 4명으로 가장 많았다. 바로 이전에 사장을 지낸 정승일 산업부 차관도 산업부 관료출신으로 가스공사 사장에 올랐다. 

채 사장이 이전부터 가스공사 사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기 때문에 채 사장의 선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채 사장은 2018년 9월 정승일 전 사장이 산업부 차관으로 이동해 사장 공백이 발생하자 청와대 비서관에서 물러났다. 이때부터 채 사장은 가스공사 후임 사장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채 사장은 사장 공모에 참여할 수 없었다. 가스공사 정관은 6개월 이내 공직에서 근무한 인사를 사장후보에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 사장이 참여하지 않은 사장 공모는 최종후보 선정까지 진행됐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재공모가 진행되면서 채 사장은 사장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공공연히 채 사장을 사장으로 낙점해 놓고 사장 공모절차가 진행됐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관료출신이고 청와대에서 근무한 채 사장을 낙하산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채 사장으로서는 향후 경영활동에 부담을 안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당장 채 사장은 가스공사 노조의 견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가스공사 노조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강성성향을 띠고 있다. 정승일 전 사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투쟁으로 취임 후 보름가량 출근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가스공사 노조는 5월 송규석 지부장을 선출하는 등 새로 집행부를 구성했다. 채 사장은 취임 초반 원만한 노사관계를 다짐으로써 향후 경영활동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스공사 노조는 사장 선임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채 사장의 소통 여하에 따라 노사관계는 갈릴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신임 사장과 면담을 통해 여러 현안과 관련한 견해를 들어볼 것”이라며 “이후 회의를 거쳐 향후 행동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채 사장의 더욱 중요한 과제는 정부기조에 발을 맞추면서 에너지정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일이다.

정부는 탈석탄·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뼈대로 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산업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가스공사의 역할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채 사장은 지난해까지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한데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행시 동기이기도 하다. 정부와 손발을 잘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에너지산업정책관, 에너지자원실장 등으로 일해 에너지 분야에 조예가 깊은 만큼 정부 정책방향을 구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