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기업공개 주관을 맡을 우량기업을 찾기 위한 ‘옥석 가리기’에 분주하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기업의 회계문제와 관련해 주관사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증권사 상장할 기업 '옥석 가리기' 분주, 문턱 낮아져도 책임 무거워져

▲ 상반기에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수는 18곳으로 이 가운데 7곳이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 Pixabay>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꾸준히 특례상장 문턱을 낮추면서 하반기에 기업공개를 시도하려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례상장제도는 국내 증시에 주요 기업공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수는 18곳으로 이 가운데 7곳이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금융위는 ‘기술 특례상장’, ‘테슬라요건 상장(적자기업 특례상장)’, ‘사업모델 기반 특례상장’, ‘성장성 특례상장’ 등 적자기업이어도 기술력이 있거나 독창적 사업모델을 갖췄다면 기업공개를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마련해왔다.

이에 따라 DB금융투자(라파스),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올리패스), 한국투자증권(플리토), 삼성증권(매드맥토, 티맥스소프트), NH투자증권(GCT세미컨덕터) 등 증권사들도 다양한 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해 기업공개 주관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는 6월 말 특례상장제도의 요건을 더욱 낮췄다.

기술 특례상장 및 성장성 특례상장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최근 2년 동안 매출이 연평균 20% 이상 증가한 스케일업기업(고성장 벤처기업)과 해외진출기업으로 확대하고 기술평가 우수기업에게는 기술성 심사를 면제해주는 방식 등이다.

이는 기업 유치실적을 높이려는 한국거래소와 증시 활성화를 통한 모험자본 육성을 추진하는 금융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상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불거질 수 있는 시장 건전성 문제는 각 기업의 기업공개 주관을 맡는 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을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는 그동안 기업공개 추진기업이 전달한 자료 및 재무제표 등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주관업무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주관사가 기업이 중요사항을 허위기재하거나 누락한 부분이 있는지도 직접 확인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상장심사 신청서를 넘기기 전에 상장 주관사가 일차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먼저 확인한 뒤에 넘기는 방식인데 회계와 관련된 중요사항을 놓치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증권사가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하던 업무에서 벗어나 자료 검증까지 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코오롱티슈진, 셀트리온 등 굵직한 기업들이 회계문제에 계속 휘말리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던 만큼 증권사들로서는 상장 준비 과정부터 더욱 깐깐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올해 ‘대어급’ 상장기업이 거의 사라지면서 중소형 상장 예정기업들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증권사들이 ‘옥석 가리기’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상장 주관사가 풋백옵션 부담을 지는 ‘테슬라요건 상장’이나 ‘성장성 특례상장’을 통한 기업공개 실적이 부진한 이유를 놓고 증권사들이 검증에 부담을 느껴 주관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인보사 사태’가 불거진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들은 상장주관을 맡았던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증권사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만큼 법적 판단을 받아야하겠지만 앞으로는 증권사가 상장기업의 회계문제에 따른 법적 책임도 져야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쉽지 않아지고 있다는 점도 증권사에게 부담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특례상장 대상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을 증시에 입성시키기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그만큼 증권사가 부담을 감수하고도 상장시킬 만큼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