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사업에서 반등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낸드플래시 공급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 업황이 회복되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 삼성전자가 높은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협상력을 높여 낸드플래시 가격을 올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급 크게 줄며 가격반등 꾀할 여지 넓어져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1일 시장 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6월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은 5월보다 1%가량 떨어지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6월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1년 사이에 28.9%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올해 4월까지만 하더라도 전월 대비 가격 하락폭이 7%대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세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D램 시장과 달리 생산업체가 많고 설비 증설도 지속되고 있어 수요 증가보다 재고 소진이 중요하다.  

낸드플래시 공급량은 마이크론이 6월말 10% 감산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올해 초 5% 감산 계획을 발표한 지 반년도 안돼 감산규모를 2배 확대하면서 업황 회복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다 최근 시장 점유율 2위인 도시바메모리 낸드플래시 공장에 정전사태가 발생해 4% 추가 감산효과가 더해지면서 공급량이 더욱 줄어들게 돼 낸드플래시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은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수익성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와 공급의 변화가 심한 시기일수록 가격 협상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는데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격 반등을 꾀할 여지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선 점도 삼성전자에 일정 기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규제가 강화될 포토레지스트(감광액)는 일본 업체들이 90% 이상을 생산하며 주도하고 있는 시장인데 포토레지스트의 종류 가운데 하나인 KrF는 3D낸드를 양산할 때 사용된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공급과잉 상황에도 공식적으로 감산을 발표하지 않고 “생산과정의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공급조절을 진행해왔으나 이번 규제를 계기로 감산 대열에 합세할 가능성도 있다.

절반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감산에 나서면 가격 반등시기가 더욱 앞당겨지게 된다.

낸드플래시시장은 모바일용 고용량 메모리를 중심으로 점차 안정을 찾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완화 이슈가 더해지면 수요 증가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협상력을 앞세워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6월29일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메모리반도체업황이 회복세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조치로 화웨이 스마트폰사업이 조만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화웨이가 스마트폰 생산을 확대하기 시작하면 삼성전자도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재개로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며 “반도체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