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도 무지개는 뜬다. 하지만 금방 없어진다.”

김영수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6월30일 극적으로 판문점에서 이뤄진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은 소강상태였던 북미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미국이 쉽게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한과 북한의 경제협력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인터뷰] 서강대 교수 김영수 “개성공단 재가동 단기간 풀리기 어려워”

▲ 김영수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먼저 풀려야 남북 경제협력도 가능할 것"이라며 "아울러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한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 30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이 남북 경제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남북 경제협력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려야 가능한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 성과가 나온 것은 없다고 본다.

큰 틀의 국제질서에서 보면 북미대화가 실제적 성과를 내기 전까지 대북 경제제재를 풀어주는 게 어렵다.

예외적으로 한국에만 대북 경제제재를 풀어주면 당장 중국과 러시아에서 ‘왜 우리는 안 풀어주냐’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순식간에 미국과 유엔(UN) 경제제재의 촘촘한 그물망이 와해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남북관계, 북미관계만 놓고 보면 대북 경제제재를 풀어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국제사회 전반적 질서를 놓고 보면 대북 경제제재 완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없이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경제협력이 이뤄질 여지는 없나?

“없다. 있는 줄 알고 시도를 해봤지만 제재에 걸리지 않으면서 지원해 줄 수 있는 빈틈이 없다. 막바지에 반드시 제재에 걸리게 된다.

예를 들어 보겠다.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북한에 쌀을 보내주기로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도 얻은 적이 있다.

하지만 쌀을 싣고 갈 배가 나서지 않는다. 선박회사가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망설인다. 한국 정부가 보증해준다고 하는데도 이번에는 선박회사의 보험회사가 반대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보험회사의 재보험회사가 또 반대한다.

북한에서 배가 와서 싣고 가면 되는데 북한 배는 쌀을 싣고 갈 능력이 안 된다. 결국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우회적으로 쌀을 지원하게 됐다.“

그동안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제재를 완전히 완화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을 현금이 아닌 쌀 등으로 지급하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방침을 어기지 않고 공단 재가동을 진행할 수 있고 관광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김 교수는 “남북 경제협력을 진행하다 보면 돈이나 절차상의 문제에 반드시 부딪치게 된다”며 "남북 경제협력이 진행되려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가 선결조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직까지 남한과 북한 사이에 제대로 된 경제협력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바라봤다.

그는 “경제협력은 비즈니스이고 비즈니스는 서로의 목표에 맞춰 이익을 내야한다”며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제협력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판문점에서 진행된 3차 북한과 미국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는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경색됐던 북미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벤트성이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비오는 장마철에도 무지개는 뜬다. 하지만 무지개는 금방 없어지지 않나. 저를 포함한 국민들은 ‘이런 일도 다 있네’라며 흥분했을 거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시적으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선언도 합의도 없었다.”

-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는 말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 서두르면 늘 결과가 안 좋았다’고 말하지 않았나.

트럼프는 얻을 것은 얻었지만 김 위원장에게 경제제재를 풀어준다는 얘기는 안했다. 세 정상 모두 비핵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아직 북미 정상, 남북미 정상 사이에 오간 말들이 나온 게 없어 추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표정을 보면 들어올 때보다 나올 때 좋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세 정상이 나름대로 각자 얻을 것을 얻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세 정상이 모두 이번 이벤트의 승자인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움이 될 만한 북한 관련 이벤트를 만들었고 문 대통령은 비록 조연에 머물렀지만 이 과정을 연출해냈다.

김 위원장은 그야말로 주역으로서 세계의 조명을 받았다.“

-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 초청에 응할까?

“김 위원장이 워싱턴에까지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강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만약 김 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한다면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김 교수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정치외교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부총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통일정책분과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