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연 ‘제13기 데모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으로 이날 행사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깜짝등장’해 대담자로 나서 행사장을 가득 메운 2700여 명의 시선을 받았다.  
 
최 회장은 이한주 스파크랩 대표와 디지털 전환 기술의 도입과 스타트업의 혁신기술이 지닌 사회적 가치,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관계, 스타트업 투자 및 규제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 회장은 전통적 굴뚝산업에 디지털 전환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에 관한 고민을 전했다.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기술과 트렌드는 무엇인가”라는 이한주 대표의 질문에 최 회장은  “SK 경영진과 가진 내부포럼에서 경영진의 90%가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도입하려면 전통적 굴뚝산업에서 통용되던 공급자적 사고방식을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투자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싱가포르에서 앤서니 탄 그랩(GRAB) 대표와 만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사회적 가치를 들었다.

그랩은 승차공유업체로 동남아시아의 8개국, 500개 도시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 회장은 탄 대표를 디지털 전환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가로 평가했다. 

최 회장은 “탄 대표는 아버지가 택시 운전기사를 했던 경험을 얘기하면서 승차공유를 통해 사회의 페인포인트(사회적 불편함)를 풀어나가려는 사람이었다”며 “SK그룹 내부 검토에서 투자거절 의견이 나왔지만 탄 대표와 그랩이 추구하는 가치를 믿고 투자했다”고 투자과정을 설명했다.

디지털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게 한다는 점도 주목했다.

최 회장은 “디지털을 통해 측정할 수 없었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며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라는 물음에는 최 회장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상호보완과 경쟁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텔레콤이 보유한 데이터를 스타트업에 제공해 오픈 이노베이션(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구축할 수 있다”며 “내가 스타트업을 한다면 누가 내 솔루션을 살지 고민하면서 수요 고객과 관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속도가 최대 강점이라고 조언했다.

대기업은 큰규모, 현금흐름의 유지, 정부규제 등으로 속도가 떨어지는데 반해 스타트업은 혁신의 방향만 잘 잡으면 속도에서 대기업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영상] 최태원, 스타트업에게 속도로 대기업 압도를 조언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 행사에서 이한주 스파크랩 대표와 대담을 하고 있다. <스파크랩>


박태훈 왓챠 대표와 일화를 소개했다.

최 회장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가) 대기업이 들어와도 속도 차이가 커서 무섭지 않다고 해 포럼 참석자들이 크게 웃었다”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투자와 정부규제에 관한 생각도 내놓았다.

최 회장은 “대기업이 20% 이상 투자한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계열사가 돼 공정거래위원회에 가야한다”며 “(규제)법안을 입안하신 분들도 뜻이 있어 법을 만들었겠지만 스타트업 성장에 장애물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자체로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며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성공을 기원했다. 

최 회장은 스타트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2015년 스타트업 쏘카에 투자했고 2018년 SK 오픈콜센터를 열어 스타트업 육성을 하고 있다.

이 날도 최 회장은 청와대 비공개 오찬에서 사우디 왕세자와 만난 뒤 행사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와 시카고대학교 동문으로 2018년 6월 열린 스파크랩 시카고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참여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