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K7 프리미어, 이제 40대 된 X세대의 마음을 훔쳐낸다

▲ K7 프리미어 주행사진. <기아자동차>

“한때 X세대로 불리며 트렌드를 선도했고 이제는 40대가 돼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역할하는 이들을 위한 프리미엄 세단.”

기아자동차는 2세대 K7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 ‘K7 프리미어’를 이렇게 소개했다.

시승행사를 통해 만나본 K7 프리미어는 기아차의 이런 자신감이 근거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현대자동차의 그랜저와 비교돼 다소 설움을 받기도 했던 K7이 부분변경을 거쳐 '한 때 X세대’였던 이들의 선택을 받게 될까? 절로 궁금해진다.

◆ ‘K7 프리미어’ 운전자의 격을 높여주다

27일 기아차가 마련한 시승행사에서 24일 출시된 K7 프리미어를 직접 주행해보고 각종 성능과 첨단 안전·편의사양들을 체험했다.

시승은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있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주차장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위치한 스튜디오담까지 편도 약 84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자유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춘북로 등의 구간이 적절히 섞여있어 여러 상황에서 각종 성능과 기능을 모두 사용해볼 수 있었다.

시승차량으로 제공된 차는 시그니처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의 K7 프리미어 3.0 가솔린모델이었다.

가솔린모델 가운데 최고급 트림답게 내부에 퀼팅 디자인이 가미된 나파 가죽시트가 적용돼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12개의 스피커가 장착된 크렐(KRELL) 프리미엄사운드 시스템과 스웨이드 내장재 등은 차의 품격을 더욱 높여줬다.

스타일옵션을 통해 장착된 19인치 크기의 미쉐린 타이어와 크롬 스퍼터링 휠 또한 차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시승기] 기아차 K7 프리미어, 이제 40대 된 X세대의 마음을 훔쳐낸다

▲ 퀼팅 나파 가죽시트와 정제된 내장 디자인은 K7 프리미어의 고급스러움을 부각시키는 요소다. <비즈니스포스트>

K7 프리미어는 시동을 거는 순간 12.3인치 칼라 TFT LCD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적용된 계기판에서 ‘K7 프리미어’라는 문구를 띄우는 것만으로도 ‘나는 남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 했다.

운전석은 편안했다. 적당하다고 할 정도의 쿠션감에다 ‘전동 익스텐션 시트’까지 추가돼 몸에 맞출 수도 있었다. ‘4방향 허리 지지대’는 장시간 운전 때 무리가 갈 수 있는 척추를 곧게 펴줘 피로도를 줄여주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였다.

계기판과 나란한 위치에 자리잡은 12.3인치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화면은 탁트인 느낌을 줄 정도로 충분히 컸다.

운전자를 배려해 기아차의 커넥티드카 서비스 ‘UVO’를 사용한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기능도 탑재됐다. 다만 2.5 가솔린모델의 최하위 트림에서는 제외됐다.

최근 쏘나타에 탑재된 카카오 음성인식 기능도 있어 조작 편의성이 많이 개선됐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내장 디자인 곳곳에 적용된 하이그로시 재질의 내장재는 불편했다. 하이그로시 내장재는 광택이 나 고급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사용해보면 지문이 묻어나고 먼지가 잘 쌓이며 흠집이 잘 나 관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각종 제어버튼이 위치한 센터페시아를 비롯해 도어 안쪽 손잡이 등 곳곳에 이 재질이 적용됐는데 사람 손이 쉽게 닿는 부분에만 이런 까다로운 재질을 썼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탐탁치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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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 곳곳에 적용된 하이그로시 재질의 내장재는 개인적으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비즈니스포스트>

◆ K7 프리미어의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K7 프리미어는 조향감부터 개선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어 3.0 가솔린모델의 최하위 트림부터 랙구동형 파워스티어링(R-MDPS)을 달았다. 랙구동형 파워스티어링은 조향 모터가 바퀴를 조향하는 축에 연결돼 모터가 조향축에 동력을 직접 전달해주기 때문에 컬럼구동형 파워스티어링(C-MDPS)보다 만족스러운 조향감을 준다.

조향감만 보면 경쟁모델인 그랜저를 제치고도 남는다. 뻑뻑한 느낌 없이 부드럽게 반응하는 핸들 성능을 컬럼구동형 파워스티어링이 적용된 그랜저와 비교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7 프리미어에 대거 적용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의 성능은 만족할 만했다.

K7 프리미어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어떤 트림에 관계없이 원하는 옵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드라이브와이즈 옵션을 선택하면 ‘스마트 크루즈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보조’ 등의 기능이 기본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이외에 추가로 탑재된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운전자가 지정한 속도 범위 안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으로 ‘지능형 크루즈컨트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등으로 불린다.

운전자가 100km/h의 속도를 유지하도록 설정하면 차는 기본적으로 이 속도를 기준으로 주행하다가 서행구간에 접어들거나 앞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자동으로 감속한다. 정체가 풀리거나 앞차가 옆 차선으로 이동하면 다시 알아서 지정된 속도까지 부드럽게 가속한다.

이 기능이 차로유지 보조기능과 결합하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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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어링휠 오른편에 위치한 차로유지보조 활성화 버튼. <비즈니스포스트>

스티어링휠 오른쪽에 배치된 핸들 모양의 버튼이 차로유지 보조기능을 활성화해주는 데 이를 누르면 차는 앞차와 차선 등을 인식해 곡선 구간에서 스스로 핸들을 꺾어준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기능과 차로유지 보조기능이 결합하면 차가 알아서 감속하거나 가속하는 데다 핸들까지 돌려주니 운전자가 할 일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차량의 계기판과 전방을 주시하면서 언제든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외에 할 일이 없다.

이 기능은 운전자의 편의를 돕기 위해 제공되는 반자율주행 요소다. 완전한 자율주행 차량이 아니다보니 운전자는 항상 차량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의무를 잠시 잊어도 될 정도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의 성능은 좋았다. 실제 시승 때 마지막 20km 구간에서 이 기능들을 활성화하고 손을 놓은 채 운전했는데 체감상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운전자 개입 없이도 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줬다.

이 밖에도 터널 진입 때 외부공기 유입을 자동으로 차단해주는 기능과 과속단속 카메라를 앞두고 자동 감속해주는 기능 등이 유용했다.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 성능은 단 한 번도 출력과 엔진소음, 변속 때 이질감 등을 신경쓰지 않아도 됐을 정도로 흠잡을 곳이 없었다.

3.0 가솔린모델에는 6기통 V형 람다2 개선 직렬분사식 가솔린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된 파워트레인이 장착됐다. 최대출력은 266마력, 최대토크는 31.4kgf·m다.

연비도 좋았다. 시승구간 약 84km를 모두 주행한 뒤 계기판에 찍힌 평균연비는 14.0km/ℓ(시승구간 80% 이상을 에코모드로 주행)였다. 복합공인연비 9.8km/ℓ를 크게 웃돌았다.
[시승기] 기아차 K7 프리미어, 이제 40대 된 X세대의 마음을 훔쳐낸다

▲ 시승구간 편도 시승후 계기판에 기록된 평균 연비. <비즈니스포스트>

◆ 감성품질 높이면서도 주행성능 놓치지 않아

‘정숙함’도 K7 프리미어의 장점이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어의 2.5 가솔린 최하위 트림부터 앞유리와 앞좌석 유리 모두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썼다. 고속주행 때 차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풍절음)를 최소화하기 위한 요소다.

탑승한 3.0 가솔린 시그니처 모델에는 뒷좌석까지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적용됐는데 사실상 차량에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대부분 차단된다고 봐도 될 정도로 조용했다.

주행 도중에 속도를 140~150km/h로 높여도 소리가 거슬린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소음 제어성능을 보였다.

노면에서 전달되는 진동도 잘 제어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품격 세단을 지향하는 K7 프리미어는 운전의 재미도 놓치지 않게 해줬다.

기어 아래쪽에 다이얼식으로 배치된 드라이브모드를 돌리면 스마트, 에코, 스포츠 등의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에코나 스마트 모드만으로 주행하면 정숙한 운전을 즐길 수 있지만 너무 고요한 탓에 운전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때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스티어링휠이 즉각 무겁게 셋팅되고 차량의 분당 엔진 회전수(RPM)가 한껏 높아지면서 스포츠세단 못잖은 주행성능이 발휘된다.

가끔 정숙한 주행에 지칠 때면 스포츠모드로 스트레스를 풀어도 될 법한 거침없는 성능이 돋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