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 등 중견건설사가 올해 들어 언론사 인수합병시장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도 지역언론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사업 다각화는 물론 본업인 건설사업과 시너지를 노리고 중앙언론사로 언론사업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 중흥건설 부영, 지역언론사 이어 중앙언론사 원하는 까닭

▲ (왼쪽부터)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 중흥건설, 부영은 지역 언론사에서 중앙 언론사로 언론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중견건설사로 꼽힌다.

호반건설은 2011년 KBC광주방송을 인수해 언론사업에 진출한 뒤 최근 서울신문 지분 19.4%를 인수해 3대주주에 올랐다.

호반건설은 단순 지분투자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서울신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바라보고 있다.

부영은 2017년 제주지역 신문인 한라일보와 인천지역 신문인 인천일보를 각각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부영은 최근 경제신문 머니투데이, 통신사 뉴스1과 뉴시스 등을 운영하는 머니투데이그룹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중흥건설은 중앙언론사 인수를 성사했다.

중흥건설은 2017년 광주전남지역 언론사인 남도일보를 인수해 언론계에 발을 들여 놓았는데 올해 5월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발간하는 헤럴드의 지분 47.8%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중견건설사가 중앙언론사를 인수한 것은 중흥건설이 처음이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은 최근 빠른 성장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현금성 자산으로 언론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는 호반그룹, 중흥그룹, 부영그룹은 2018년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각각 8794억 원, 9983억 원, 5065억 원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아파트부지를 적극 매입하는 전략, 중흥건설은 세종시 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전략, 부영은 임대아파트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2010년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은 2010년만 해도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 평가순위에서 50위권 밖 건설사였지만 2018년 20위권 안에 주요 계열사의 이름을 여럿 올린 탄탄한 중견건설사로 성장했다. 이들은 2018년 말 기준 자산규모가 모두 5조 원이 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선정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은 언론사업에 진출한 이유로 하나 같이 사업 다각화를 내세우고 있다.

중견건설사는 주택사업을 중심에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해외진출이 쉽지 않다. 대기업에 속한 건설사처럼 계열사의 공사물량을 받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주택시장이 포화하는 상황에서 중견건설사에게 사업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는데 언론사업 확대 역시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에는 언론사를 보유해 본업인 건설사업과 시너지를 내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은 건설현장 사고나 부실시공 등에서 자유롭지 못해 언론사와 불편한 관계에 놓일 때가 종종 있는데 언론사를 직접 소유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비판의 날이 더뎌질 수 있다.

언론사가 진행하는 문화행사, 지역행사 등을 통해 건설사의 투박한 이미지를 완화할 수도 있다.

또한 중앙언론사를 소유하게 되면 정관계로 자연스럽게 인맥을 넓힐 수 있는데 이에 따라 공사발주 정보 수집을 비롯해 건설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건설사 회장이 지역상공회의소 회장을 자주 맡는 것도 지역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명예를 얻는 동시에 인맥 형성을 위한 측면도 있다”며 “중앙 언론사 사주는 명예와 인맥이 함께 따라오는 만큼 중견건설사 회장이 욕심을 낼만한 자리”라고 말했다.

중견건설사 가운데 중앙언론사를 보유한 곳 가운데 태영건설도 빼놓을 수 없다. 태영건설은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중앙 방송사인 SBS를 지배하고 있다. 다만 태영건설은 인수합병이 아닌 1990년 출범 때부터 SBS를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