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이 7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매각공고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매각방식으로 공개입찰과 함께 미리 인수의향자를 정해놓는 ‘스토킹호스’ 방식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대우조선해양처럼 인수의향자 미리 정해 놓을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26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7월 중순 매각공고를 낸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이다.

매각방식을 놓고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공개입찰이 일반적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의 특수성을 고려해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란 매각주체가 인수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방식을 말한다.

한마디로 인수의향자를 미리 확보해 놓는 방식이다. 매각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며 원래는 사냥꾼이 몸을 숨기고 사냥감에 접근하기 위해 위장한 말을 의미한다.

가장 최근에는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기면서 스토킹호스 방식을 선택했다. 현대중공업과 먼저 만나 여러 달에 걸쳐 계약의 틀을 다 짜놓고 뒤늦게 이를 공개한 뒤 삼성중공업에 인수의사를 물었다.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번 사안은 구주를 매각하고 누가 더 많은 금액을 써내느냐의 단순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하는 게 아니고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공개로 경쟁입찰할 사안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역시 복잡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5% 매각(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 발행)가 동시에 이뤄진다. 공개입찰로 매각하면 구주 가격과 신주 가격 가운데 어느 쪽을 높게 쳐주느냐를 놓고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자칫 인수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만 떨어질 수도 있다.

이번 매각의 목표가 아시아나항공의 완전한 정상화라는 점에서 단순히 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쪽에게 아시아나항공을 넘기기도 어렵다. 장기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자금력과 의지를 품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칫 사모펀드들이 SI(전략적투자자)들과 손잡고 난립하면서 인수전이 가격 경쟁으로만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대형 사모펀드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사를 밝힌 애경그룹에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국적항공사인 데다 항공산업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대우조선해양 매각 때처럼 상호 신뢰를 기반에 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이 이미 원매자와 접촉한 뒤 매각을 밀어붙였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압박하고 결국 매각결정을 이끌어낸 배경을 놓고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산업은행이 박 전 회장이 요청한 5천억 원보다 3배 이상 많은 1조6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점을 놓고도 그만큼 매각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스토킹호스 방식은 특혜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넘긴다고 발표했을 때도 특혜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이 회장은 “산업재편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쪽과 우선적으로 협상하는 게 훨씬 신속하게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먼저 협상했다고 해서 특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