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남을 앞두고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관련 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김명수 삼성물산 EPC(설계·구매·시공)경쟁력강화TF장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김 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우디아라비아 사업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주 확대를 이끌어야 한다.
 
[오늘Who] 김명수,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중동 수주 부담 커졌다

▲ 김명수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 TF장.


25일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각 진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2020년이면 모두 끝이 난다.

삼성물산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리야드 지하철 프로젝트와 타다울 타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두 프로젝트 모두 2020년 12월 마무리된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프로젝트인 주베일산업단지의 석유화학플랜트 사업이 2020년 10월 끝이 난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국가 가운데서도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요 텃밭으로 삼았다.

삼성물산은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이후 40여 년 동안 주택, 공공청사, 종합병원, 공항 발전소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삼성물산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리야드 지하철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지하철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중동지역 건설전문지 ‘컨스트럭션 위크’가 선정한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업계 톱 50’에 국내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7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발주한 디젤수소처리시설(DHT) 프로젝트를 따내며 처음으로 해외 경쟁입찰 시장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이후 주베일 정유플랜트 등 조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따내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삼성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17년 12월 삼성엔지니어링의 석유화학플랜트 수주 이후 건설사업에서 이렇다 할 신규 일감을 따내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사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6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남을 앞두고 24일 서울 강동구 삼성물산 본사를 찾았다.

이 부회장은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김명수 사장 등과 진행한 사장단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중동사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신사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2030’을 내걸고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어 삼성그룹 건설사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건설사업의 중동 진출을 챙기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수주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명수 사장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김 사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없애면서 2017년 말 새로 만든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태스크포스)장을 맡았다.

EPC는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의 영문 앞 글자를 딴 말로 건설사나 조선사가 대형 프로젝트 등을 진행할 때 설계부터 시공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책임지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는 삼성물산 내 작은 미래전략실로 불리며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에서 EPC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계열사의 시너지를 위해 업무조정 등 사업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가 삼성그룹의 수주산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셈인데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승진하며 책임이 더욱 막중해졌다.
 
[오늘Who] 김명수,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중동 수주 부담 커졌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물산을 찾아 경영진과 이동하고 있다. <삼성물산 블라인드>


김 사장은 원전사업, 공항건설 사업 등을 중심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확대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한국전력공사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사업을 함께 진행한 경험이 있어 한국전력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을 성사하면 동반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원전사업은 수주규모가 크고 사업기간이 길어 매출 확대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2010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원전사업 규모는 3조2천억 원으로 올해 1분기 기준 여전히 4천억 원의 수주 잔고가 남아 있다.

공항건설도 삼성물산이 놓칠 수 없는 사업 분야로 평가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월 알 투와이즈리 사우디아라비아 경제기획부 장관을 만나 공항 건설, 스마트시티,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시공능력 평가의 공항 건설부문에서 매년 1위를 차지하는 등 공항 건설부문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시장은 주력시장”이라며 “수주 확대를 위해 지속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