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 주력사업의 무게중심을 금융사업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에 오르면 카카오페이와 함께 새 성장동력의 두 축으로 삼아 금융사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범수, 카카오의 무게중심을 게임에서 금융으로 옮기는데 속도낸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는 금융위원회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 올해 안에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면 김 의장은 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를 곧바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김 의장은 금융사업을 카카오의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키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의장은 4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열린 재판에서 카카오의 금융사업 진출을 “8천여 명이 일하는 회사의 중대한 성장동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카오 주도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상품 출시 등을 통해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모바일뱅킹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국내 금융환경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은행으로 꼽힌다. 

애플리케이션 분석회사 와이즈앱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앱 설치자는 918만 명, 사용자는 579만 명으로 은행앱 가운데 설치자와 이용자 모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넓게 확보한 사용자를 토대로 1분기 흑자를 낸 것에 이어 올해 실적을 흑자로 전환할 것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올해 300억 원가량의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2020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에서도 이런 점이 반영돼 카카오뱅크가 상장되면 코스피 100위권 수준인 시가총액 2조 원은 무난하다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페이는 1분기 거래액이 10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거래액 20조 원의 절반을 한 분기 만에 넘어선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935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거래액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데다 주력사업인 간편송금의 무료송금횟수를 월 10회로 제한하며 올해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투자증권을 통해 증권업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도 카카오페이의 성장세가 이어질 이유로 꼽힌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0월 초 바로투자증권 인수 계약을 마쳤지만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적용받는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증권회사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이뤄진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 최대주주인 법인의 범위를 법인의 중요사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기업총수)를 포함한다. 김 의장은 5월 카카오가 대기업에 지정되며 기업총수로 지정됐다.

카카오페이는 김 의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바로투자증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탈락하더라도 최대주주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바로투자증권 지분을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계획이 이뤄지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로 은행을 보유하고 카카오페이를 통해 증권업 등에 진출하며 업무의 영역에서는 금융지주사에 가까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카카오가 이처럼 금융사업에 힘을 실으려는 이유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수익모델을 찾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로서 부동의 강자이지만 광고 외에 수익원을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사업으로 기대를 받은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한 다양한 사업시도 역시 기존 산업의 반발에 부딪혀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카카오게임즈를 통한 게임사업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최근 들어 개발역량 부족이 약점으로 부각되며 성장성에 우려를 낳고 있다.   

카카오의 게임사업은 1분기 매출 940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이 11% 줄었다.   

지난해 2분기 1160억 원의 매출을 정점으로 카카오의 게임사업은 최근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는 게임사업에서 대표 지적재산권(IP)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개발역량을 키우려면 직접 게임을 개발하거나 게임회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도 어렵고 투자효율이 낮다는 시선도 받는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등극을 계기로 김 의장이 게임사업에서 금융사업으로 투자의 무게중심을 옮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김 의장이 금융사업에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다”며 “카카오에서 금융사업이 게임사업을 포함한 콘텐츠부문을 모두 뛰어넘는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