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정말 관심이 없을까? 

24일 재계의 시각을 종합하면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매력을 느낄 만한 여지들은 여전히 넓다. 
 
SK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정말 관심이 없을까

최태원 SK그룹 회장.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국적 대형항공사(FSC)로 그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매력적 매물”이라며 “특히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슈가 불거지기 전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SK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아예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2018년 7월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4월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총괄 부사장에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영입하기도 했다.

SK는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대기업집단 현황'에서 자산규모 3위에 올랐다. 자산규모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과 격차는 지난해 33조2천억 원에서 5조5천억 원으로 좁혀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총액이 2019년 1분기 보고서 기준 10조7874억 원에 이른다는 것을 살피면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격차를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다. 
 
SK그룹의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가 정유사업이라는 것을 살피면 SK에게 아시아나항공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2018년 한 해 동안 사용한 연료유류비는 모두 1조8293억 원이다. SK그룹에서 정유 관련 사업을 맡고 있는 SK에너지의 2018년 별도기준 매출이 34조 원이라는 것을 살피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아시아나항공 쪽에서도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 항공유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국제유가는 항공사의 실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연료유류비는 항공사의 전체 영업비용 가운데 약 30% 정도를 차지하는데 연료유류비의 변동성이 국제유가에 따라 매우 크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SK그룹의 이미지 개선에도 무형의 이익을 줄 수 있다.  

SK그룹은 최근 취업준비생들이 뽑은 기업 선호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대기업 최초로 주 4일 근무제도를 도입하는 등 ‘젊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련되고 도시적 이미지를 주는 항공사의 인수는 SK그룹 이미지 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에서 SK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의 로고를 합성한 사진이 인기를 끌었던 것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SK 기업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여겨지는 다른 대기업집단과 달리 강한 부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생각해 본 적도 없으며 인수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계획이 100% 없다”고 못박았고 박근희 CJ그룹 부회장 역시 “CJ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뜻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SK그룹은 박정호 사장이 “항공산업이 국민 경제에 기여할 측면이 많지만 우리는 좀 더 기술적 사업에 맞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전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대기업집단과는 온도차가 있다.  

산업은행이 대기업들의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성공을 자신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SK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에 힘을 더해준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5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매입할 것을 결정했다. 전환사채는 추후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종류의 채권이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견실한 대기업집단이 인수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SK그룹 입장에서 볼 때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재계에서 발이 넓은 박삼구 전 회장의 존재감도 있는데다 호남기업이라는 특수성도 살펴야 한다. 인수합병으로 그룹의 규모를 키워왔다는 시선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재계에서는 SK그룹이 등 떠밀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는 모양새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명분이 충분히 쌓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자본이 튼튼한 대기업집단과 어느정도 교감이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대기업 집단 가운데는 SK가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