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올해 도시정비 수주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적극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은 애초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대형 건설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 삼성물산,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참여 가능성 낮아져

23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놓고 대형 건설사들이 치열한 물밑작업을 벌이는 것과 달리 삼성물산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은 왜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소극적일까

▲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대규모 재개발 수주전은 건설사가 얼마나 오랫동안 사업을 준비해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는지가 시공사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10월 안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을 세웠는데 삼성물산이 여태껏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만큼 사실상 사업 참여를 접은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삼성물산은 현재 사업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외형확장보다 내실강화를 중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익성 높은 사업장이라면 반드시 들어가겠지만 경쟁이 치열한 사업장은 과다한 영업비를 비롯한 예상 못한 비용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말 이후 재건축과 재개발 등 도시정비 수주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올해 1월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3년 만에 도시정비 수주시장에 돌아올 의지를 보였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규모가 1조5천억 원에 이르러 올해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도시정비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더욱이 서울 용산구 노른자 땅에 한강 조망을 오롯이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올해 도시정비 수주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이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에 참여할 의지를 보였을 때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참여를 위한 포석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았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다수의 수도권 주요 수주전을 승리로 이끌어 2015년 이전까지 도시정비 수주시장 최강자로 자리잡았다.

삼성물산이 한남3구역에 참여하면 수주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만큼 삼성물산의 귀환은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삼성물산 역시 올해 초만 해도 한남3구역과 관련해 “한강 주변에서 브랜드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지역으로 판단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사업참여 가능성을 상당히 열어뒀다.

◆ 삼성물산, 치열한 경쟁 예고된 사업 뛰어들기에 부담

삼성물산은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이 공식 입찰 전부터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자 사업 참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왜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소극적일까

▲ 삼성물산이 2009년 준공한 서울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삼성물산은 최근 몇 년 동안 도시정비 수주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내실강화와 함께 윤리경영을 내세웠다.

국내 도시정비 수주시장이 과열돼 정상적 영업만으로는 수주가 힘들어진 만큼 잠시 시장을 떠난다는 것이다.

2015년 이전까지 이미 충분한 일감을 확보해 추가 수주 없이도 국내 주택사업을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도 이런 결정에 한몫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이 수익성, 상징성, 사업 확장성, 브랜드 가치 강화 측면에서 최고의 입지로 평가되는 만큼 자칫하면 이번 수주전이 대형 건설사의 진흙탕 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이 윤리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보수적 결정을 내렸을 수 있는 셈이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이 매력적 사업장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삼성물산은 아파트사업 비중이 20~30%대로 상대적으로 낮아 한남3구역 사업이 절실한 상황은 아니다.

삼성물산은 국내 주택사업 매출비중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 평가를 보면 주택사업 비중을 유추해 볼 수 있다.

2018년 시공능력 평가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17년 토목과 건축분야에서 8조2천억 원 규모의 공사실적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아파트 분야 실적은 2조1천억 원에 그쳤다.

삼성물산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점도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참여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대규모 재개발 수주전을 치를 때 상대 건설사를 향한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삼성물산이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려다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과 관련해 이런 저런 구설수에 휘말려 삼성그룹 전체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 당시 기업가치를 낮추기 위해 주택사업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이 연기될 가능성이 나오는 만큼 삼성물산은 지속해서 사업 진행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더욱 쾌적한 환경을 갖춘 명품단지 구축을 위해 현재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다시 받는 쪽으로 조합원의 의견이 모아지면 사업이 최소 1~2년가량 연기될 수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은 수익성과 상징성 측면에서 건설사라면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사업장”이라며 “앞으로 변수가 많은 만큼 어떤 건설사가 시공을 맡을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