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이 설립한 상산고가 자율형사립고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상산고를 영국의 최고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스쿨’처럼 만들겠다던 홍 이사장의 다짐이 자사고 지정 취소위기를 맞아 위태로워졌다.
 
[오늘Who] 홍성대 '수학의 정석'으로 세운 상산고 '이튼스쿨' 꿈 흔들

▲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홍 이사장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홍 이사장은 상산고가 정부의 자사고 폐지 추진의 타깃이 돼 불공정한 평가를 받았다고 반발하며 자사고 재지정 취소가 최종 결정된다면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상산고를 설립한 홍 이사장은 수학의 정석 저자로 유명하다.

홍 이사장은 1966년 8월31일 수학의 정석을 처음 발간했다. 해마다 100만 권 이상의 책을 판매해 발간 50주년이었던 2016년 8월 기준 판매권수가 4600만 권을 넘어섰다.

◆ ‘수학의 정석’ 저자에서 상산고 설립자로

홍 이사장은 수학의 정석 판매수익을 교육발전에 쓰기로 다짐했다. 

1980년 학교법인 상산학원을 설립하고 1981년 상산고를 세웠다. 당시 홍 이사장은 상산고 설립을 위해 451억 원을 출연하고 이후 학생 기숙사 확충을 위해 190억 원을 추가로 내놨다.

홍 이사장은 2002년 상산고를 한국의 명문학교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자사고 전환을 결정했다.

자사고는 공교육과 차별화한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는 취지로 2001년에 도입한 고교 유형이다. 자사고의 학교재단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모든 고교운영에 자율성을 얻게 된다.

자사고 전환 당시 홍 이사장은 “상산고를 한국의 이튼스쿨로 만들고 싶다”며 “차별화된 교육을 하기 위해 자사고 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자사고의 장점을 살려 상산고의 발전을 이끌었다. 

◆ 자율적 운영으로 상산고 발전 이끌어

최근 5년 동안 상산고는 매년 졸업생 가운데 30명 이상이 서울대에 진학하고 있다. 2018년을 제외하면 상산고는 서울대 진학 기준 전국 상위 10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상산고는 2003년부터 학생들의 연구를 지원해왔다. 학생들이 원하는 주제를 선정해 개인 또는 팀을 이루어 자율탐구를 진행하게 만들고 있다. '개인연구' 과목으로 시작해 '교과심화역량 탐구', '진로탐색', '자율활동' 등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교과 심화탐구 역량대회를 개최해 지도교사를 두고 주제 탐구에서 논문 발표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 학기 단위로 구성하며 인문사회, 수학, 과학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또 연평균 10회가량 사회 각계 명사들의 초청특강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 학문적 호기심의 발현, 미래사회를 향한 비전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제까지 초청된 명사들에는 에드워드 프레스콧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핌 젤마노프 필즈상 수상자 등 외국인 석학과 김영란 대법관,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등 국내 유명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 상산고, 오락가락 교육정책의 희생양 주장 

상산고가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이어 교육부에서도 최종 지정취소 결정이 나오면 홍 이사장은 상산고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오늘Who] 홍성대 '수학의 정석'으로 세운 상산고 '이튼스쿨' 꿈 흔들

▲ 20일 전북교육청 앞에서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이사장은 “자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돈을 내고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것인데 정부가 교육 평준화를 빌미로 모든 권한을 학교 설립자에게서 뺏어 학교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가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전북교육청이 다른 시도교육청보다 높은 재지정 기준점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수는 80점으로 다른 시도교육청의 기준점수인 70점보다 10점이 높다.

상산고는 이번 평가에서 79.61점을 받았는데 다른 시도교육청에서 평가를 받았다면 무리없이 자사고 재지정을 받을 수 있는 점수였다.

진보교육감인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에 맞추기 위해 재지정 기준점수를 교육부 기준보다 높은 80점으로 상향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상산고 학부모들과 전북지역 일부 시민들은 “지역의 대표 명문고를 죽이려는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다”며 “이전 정부에서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사고를 장려하더니 이제는 다시 교육평등이라는 명목 아래 자사고를 폐지하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교육부에서 최종적으로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결정한다면 부당 행정행위를 다투기 위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순 입시학교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어

일각에서는 상산고가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고교로 전락해 자사고 설립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상산고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평가부문에서 4점 만점에 1.6점을 받고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적정성‘ 평가부문에서 2점 만점에 0.4점을 받은 부분을 특히 지적하고 있다.

높은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고 선행학습을 받은 학생들만을 가려받아 명문대에 진학시킨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홍 이사장이 상산고의 롤모델로 삼았던 이튼스쿨이 최근 보호시설에 있거나 취약계층에 있는 불우 청소년들에게 무료입학을 허용한 것과 비교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를 놓고 상산고 측은 "올해 갑자기 정원의 10%를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로 선출해야 한다며 점수를 깎았다"며 “지금까지 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을 상산고 자율에 맡겨와서 10%를 이룰 수 없었지만 미리 기준을 알려주고 준비할 시간을 줬다면 학교는 충실히 이행했을 것인데 너무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