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LNG운반선을 대규모 수주할 기회를 잡았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해양플랜트 발주의 불확실성이 커져 LNG운반선의 대량수주가 절실한데 러시아 북극 LNG2 프로젝트에서 단숨에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
 
삼성중공업, 러시아 쇄빙 LNG운반선 수주 싹쓸이할 기회 잡아

▲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북극 LNG2 프로젝트(Arctic LNG2 Project)에 쓰일 쇄빙 LNG운반선의 설계에 삼성중공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 함께 북극 LNG2 프로젝트용 쇄빙 LNG운반선을 설계한다”며 “두 회사는 아크7 쇄빙선의 차세대 버전 선박을 위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이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의 설계 파트너 참여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러시아 기단반도는 북극해와 맞닿아 있어 북극의 유빙이나 해빙이 항로에 산재해 있다. 최대 2.1m 두께의 얼음을 깨고 항해할 수 있는 아크7급 쇄빙선이 없다면 1년에 2~3개월밖에 항로를 이용할 수 없는데 아크7급 쇄빙선 건조기술은 세계에서 한국의 조선3사만이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3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에 참석해 쇄빙 LNG운반선 건조를 두고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발주처인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은 즈베즈다 조선소가 쇄빙 LNG운반선 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일정을 맞추기 위해 6월 안에 기술파트너를 찾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6월의 3분의 2가 지나가고 있어 이미 협업을 논의한 삼성중공업 말고 다른 조선사와 논의를 거칠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삼성중공업이 설계 파트너에 참여하게 된다면 러시아발 쇄빙 LNG운반선 수주전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양 관련 프로젝트의 발주처들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기 때문에 변수를 최대한 줄이기를 원한다”며 “이를 위해 설계 단계부터 참여한 업체에 선박이나 설비의 발주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2014년 대우조선해양이 북극 LNG2 프로젝트의 선행 계획으로 진행된 야말 프로젝트에서 쇄빙 LNG운반선 15척의 수주를 싹쓸이할 수 있었던 것도 설계 파트너로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삼성중공업이 2014년의 대우조선해양처럼 쇄빙 LNG운반선의 수주를 쓸어담는다면 올해 수주목표 달성이 눈앞에 다가온다.

쇄빙 LNG운반선은 일반 LNG운반선보다 신조선가(새로 건조하는 선박의 가격)가 훨씬 비싸다. 수요가 많지 않아 가격 집계가 정기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지만 2014년 대우조선해양은 야말 프로젝트에 쓰일 쇄빙 LNG운반선을 1척당 3억 2천만 달러에 수주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 LNG운반선의 신조선가는 1척당 1억8500만 달러였다.

노바텍은 북극 LNG2 프로젝트에 필요한 쇄빙 LNG운반선을 15~17척 발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5척 발주에 5년 전 가격을 가정해도 삼성중공업이 확보할 수 있는 수주잔액은 48억 달러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 들어 현재 기준으로 30억 달러의 수주를 확보해 수주목표 78억 달러의 38.5%를 달성했다. 러시아 프로젝트의 싹쓸이 수주를 한다면 단번에 수주목표를 채울 수 있는 셈이다.

LNG운반선 건조용 도크 슬롯에 2022년 인도물량을 채워가고 있는 단계라 도크 운용도 여유롭다.

노바텍은 선박 발주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원하는 선박 인도기한이 2025년으로 시간적 여유는 있으나 올해 LNG운반선 발주처끼리 조선소의 도크 슬롯을 두고 눈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프로젝트 단위의 LNG운반선 발주량은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카타르와 모잠비크에서 100척이 넘는다. 이들 모두 인도기한이 2023년부터 2026년 사이에 몰려 있어 발주가 늦어질수록 조선소들의 도크 슬롯은 가치가 높아지고 신조선가도 따라 오를 공산이 크다.

게다가 LNG운반선을 대량으로 수주해 인도기한을 맞출 수 있는 조선소는 현실적으로 한국의 조선3사와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소 정도로 한정돼 있다.

중국의 후동중화 조선소도 LNG운반선의 건조능력은 지녔지만 기술력에서 뒤지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건조한 LNG운반선이 엔진결함 탓에 지난해 운항 2년 만에 폐선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