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백기사' 등장에 한진칼 경영권은 물론 지분투자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도 ‘빨간불’이 켜졌다. 

KCGI는 최근까지 공격적으로 지분을 확대하며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향한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았는데 장기전을 펼칠지, 발을 뺄지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KCGI, 델타항공의 한진칼 주주 '깜짝등장'으로 계속 싸울까 발 뺄까

▲ KCGI 로고.


21일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KCGI의 경영권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델타항공은 공식적으로 지분 매입의도를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그동안 맺어온 관계,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점으로 비춰볼 때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매입 사실을 알리면서 앞으로 10%까지 확대할 것이란 계획도 내놓았다. 

델타항공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고 조 회장 일가의 우호세력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가정하면 조 회장측의 한진칼 우호지분율은 38.93%까지 늘어나게 된다.

KCGI가 현재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15.98%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겨냥한 경영권 싸움을 벌여도 승산이 없게 되는 셈이다.  

조 회장 등 오너일가가 내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표대결을 대비해 우호세력이 되어줄 기존 주주 및 신규 투자자를 찾고 있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단번에 지분 10%를 보유한 ‘백기사’가 등장하는 상황은 KCGI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다.

한진칼 주가는 21일 델카항공의 지분 확보가 알려진 뒤 급락했다. 그동안 KCGI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영향을 받아 상승세를 이어오던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이날 한진칼 주가는 오후 2시13분 기준으로 전날보다 11.39% 떨어진 3만5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한진칼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KCGI가 지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요구했던 자산매각 등 지배구조 개편안이 이뤄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런 기대가 한풀 꺾인 셈이다.

KCGI은 한진칼 주식 매입단가가 높아진 뒤에도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던 만큼 주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지금 KCGI의 한진칼 지분 평균 매입단가는 3만2천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1월 KCGI가 처음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을 때 1주당 평균 매입단가가 2만4557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0% 가까이 높아졌다.

한진칼 주가가 한때 4만5천 원을 넘어서면서 수익률이 40% 가까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 주가 흐름상 수익률은 10%대까지 쪼그라들었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해 11월 KCGI의 지분 매입 이전 3년 동안 주로 2만5천 원을 밑돌았던 만큼 KCGI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가 무산되면 KCGI로선 수익률 확보에도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KCGI가 애초에 경영권 확보를 노린 것이 아니라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등장했던 만큼 수익성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델타항공의 의도가 불분명한 만큼 KCGI가 당장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KCGI로서 추가 지분 매입의 속도를 조절하며 상황을 지켜볼 여지가 크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이 10%까지 한진칼 지분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두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매수기간도 정해두지 않았으므로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KCGI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바라보며 지분 추가매입과 함께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반대하는 주주를 결집하는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경영권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CGI는 최근 KTB투자증권과 더케이저축은행과 각각 200억 원, 100억 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으며 자금줄을 확보했다.

17일에는 새 유한회사인 ‘캘거리홀딩스’ 설립등기를 마친 만큼 추가로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을 모집하기 위한 채비도 마쳤다.

아직 조 회장 측의 상속문제가 남아있는 데다 델타항공이 외국자본인 만큼 한진칼 지분 취득에 따른 법적 문제 및 의결권 행사 제한 등 KCGI에게 유리해질 수 있는 이슈도 남아있다.

KCGI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델타항공에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함 움직임에 주주로서 동참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직 델타항공의 의도가 불분명한 만큼 KCGI의 아군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조 회장 측이 KCGI와 지분 경쟁에서 좀 더 유리해졌지만 승리를 확정지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여전히 소액주주의 지분이 많아 KCGI도 추가 지분 취득을 통한 반격이 가능하고 기타 변수들도 남아있다”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