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9년부터 계열사 성과 평가와 최고경영자 평가에 사회적 가치 창출성과를 50% 반영하기로 했다.

이 방침에 따라 SK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각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사업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과거에는 CEO로서 경영만 잘해 이윤을 많이 남기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과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현재 SK 계열사 CEO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적표는 어떨까.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김현정 기자

곽보현(이하 곽) : 최태원 회장이 '올해부터 계열사 성과 평가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50%나 반영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현정(이하 김) :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평가와 최고경영자 평가 가운데 굉장히 큰 부분을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많이 창출했는지로 판가름하겠다고 하니 각 대표이사들은 이를 찾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곽 : 예전에는 경영만 잘해서 이윤을 많이 남기면 됐는데 큰 과제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네요. 

김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018년부터 ‘고객가치혁신’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당장 금전적 손해를 입더라도 고객이 좋아할 요금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요. 무제한 음성로밍 서비스,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대폭 확대한 T플랜 요금제 등 무선통신 서비스를 고객 친화적으로 개선하는 데 노력했습니다.

곽 : 국민들에게는 통신요금이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이긴 하죠. 또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김 : SK텔레콤은 전국 대리점 1천여 곳과 와이파이 장비 200여 곳에 공기질 측성 센서를 설치해 미세먼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전국 대리점에서 치매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곽 : SK이노베이션은 정유회사인 만큼 환경과 관련해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이 나오고 있나요. 

김 :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녹색혁신을 강조했습니다. 공정에서 발생되는 폐열과 소각열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습니다. 친환경 연료로 공정을 전환하는 방법도 끊임없이 발굴하고 있고요. 전기차 배터리나 소재 사업에 힘을 싣는 것도 친환경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곽 : SK그룹의 실적을 책임지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김 :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물을 사용하지 않고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스크러버’를 도입한 뒤 하루 평균 7만9천 톤의 물 사용량을 줄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곽 : 각 계열사들이 뭔가 애를 쓰면서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네요. 그런데 이거 정말 사회적 가치에 걸맞다 하는 것은 아직 안 보이는 것 같은데요.

김 : 아직은 기존 기안서 앞에다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만 붙이는 식으로 면피하는 데 급급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곽 : 사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단기간 안에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문제가 있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이것들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SK건설입니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지난해 라오스댐 사건과 더불어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까지 터져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 :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성과를 발표하는 날에 SK건설 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의 추락 사망사고가 함께 전해졌습니다.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위험의 외주화’와 맞물려 SK의 사회적 가치 창출의 의미를 더욱 깎아내렸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곽 : 지난해 7월 발생한 라오스 댐 붕괴사고도 SK건설 측에 책임이 있다는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NIC) 조사결과가 얼마 전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것도 위험한 일 아닌가요.

김 : 그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는 만큼 안 사장은 ‘SK건설의 책임이 아니고 자연재해였다’는 라오스 정부 차원의 재조사를 끌어내야 하는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기도 합니다.

곽 : 최태원 회장이 라오스 현장에 가서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구호활동에 나서야 되지 않았나 이런 말도 나왔습니다.

물론 SK 내부에서는 진정성 있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먼저 가서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 하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도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당시 최 회장이 라오스 현장에 가서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구호활동에 나서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최태원 회장과 사회적 가치를 한 마디로 정리해보죠. 

김 : 저는 ‘설익은 감’이라고 하겠습니다. 설익은 감처럼 아직은 떫은 맛이 나는 어설픈 상황이지만 단기간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하게 추진해서 장기적 열매를 만드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곽 : 저는 ‘원가요소’라고 정리해보겠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몇몇 생색내기 이벤트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남는 돈 약간 쓴다는 자세가 아니라 기업활동의 필수적 원가로 생각해야 하는 겁니다. 원가회계에서 제품원가를 구성하는 비용을 크게 무엇으로 나누는지 아시나요.

김 : 직접재료비, 직접노무비, 제조간접비로 나누죠.

곽 : 맞습니다. 그 원가요소에 사회적 기여 비용을 넣어서 모든 기업활동은 반드시 사회적 가치를 담고 필수적 내용으로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업이 적정이윤은 유지해야 하니까 사회적 기여를 위해 비용이 늘어나면 다른 비용을 줄여야 하는 뼈를 깎는 담금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SK구성원들은 이 단계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무섭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압니다. 일시적 행사만 하고 사회적 가치의 구호만 계속 외치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성 있는 움직임인지 말이죠.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