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약점으로 지적됐던 철도부문의 수주 확대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도부문의 사업계약은 납품을 마무리해야 대부분의 거래대금을 받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새로운 일감을 따내도 일정 기간 고정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대로템, 철도 수주확대에도 재무구조 개선까지는 시간 걸려

▲ 이건용 현대로템 대표이사.


20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철도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신규수주를 따내고 있지만 이런 성과가 당장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철도부문은 현대로템 매출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주요사업이다. 방산부문과 플랜트부문이 나머지의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

철도부문이 현대로템의 실적을 사실상 좌우하는 구조다.

현대로템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철도부문에서 새 일감으로 모두 7조3408억 원어치를 확보했다.

한 해 평균 2조4470억 원가량을 따낸 것인데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1조6202억 원, 5881억 원을 신규수주한 점과 비교할 때 상당히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철도부문의 신규수주 확대는 수주잔고 증가로 이어졌다.

현대로템이 보유한 수주잔량(철도부문)은 1분기 말 기준으로 6조5626억 원이다. 2015년 말과 비교해 수주잔고가 2배 넘게 늘었다.

올해도 신규수주는 순항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13일 폴란드 바르샤바트램운영기업이 발주한 3358억 원 규모의 트램 공급계약을 따냈다. 3월에는 방글라데시에서 912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신규수주 확대와 이에 따른 수주잔고 증가가 향후 성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현대로템의 경영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무엇보다도 재무구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현대로템은 1분기 말 기준으로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68.6%다. 2017년 말보다 80%포인트 이상 오른 것으로 최근 5년새 가장 큰 수치이며 제조업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이다.

부채비율이 늘어난 것은 2018년에 3천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낸 탓에 자본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의 자본은 2015~2016년만 해도 1조4천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었으나 2018년 말 기준으로 1조1천억 원까지 감소했다.

자본이 줄어들더라도 부채가 동시에 감소하면 재무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현대로템이 보유한 총부채는 1분기 말 기준 3조 원에 육박한다. 2016년 말 3조 원에서 2017년 말 2조6656억 원까지 줄었지만 다시 1년 만에 총부채가 늘어났다.

수주가 늘어나는 데 따라 이에 따른 매출 인식으로 손익이 증가하고 재무구조가 점차 개선돼야 하지만 현대로템은 이런 선순환 구조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철도부문에서 대부분의 사업을 납품 후 대금회수가 가능한 헤비테일 방식으로 맺고 있다.

그동안 새로 따낸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한참 뒤에야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런 계약방식이 재무구조 개선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로템의 이런 사업구조는 최근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면서 “현대로템의 본원적 수익 창출력이 훼손됐다”며 “대규모 손실에 따라 재무구조가 저하된 가운데 단기적으로 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는 “철도차량의 매출처 대부분이 국내외 정부나 공공기관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매출채권의 대규모 부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헤비테일의 사업구조상 매출보다 많은 운전자금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