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금융감독원의 부동산금융 검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금융 의존도가 높은데 이번 검사로 부동산금융이 위축되면 메리츠종금증권 전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희문, 금감원 부동산금융 검사가 메리츠종금증권에 줄 영향에 '촉각'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19일 금감원에 따르면 부동산금융 검사대상으로 지목한 증권사 4곳 가운데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등 2곳의 검사를 이번주 안에 마무리한다. 금감원은 6월 초 검사를 시작해 2주째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의 검사를 마친 뒤 메리츠종금증권과 현대차투자증권 검사에 들어간다.

금감원은 앞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잔액 기준 상위 15개 증권사로부터 제출 받은 우발채무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검사대상을 선정했다. 부동산 경기 하강으로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하나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을 점검하면서 단순히 우발채무 규모 등을 살펴보기보다 증권사들의 '리스크 대응능력'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현대차투자증권을 검사하면서도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 리스크 관리방식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부동산금융 검사결과에 따라 증권사들에게 관련 조치를 내릴 것”이라며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아직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부동산금융 검사결과에 따라 메리츠종금증권은 특히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최 부회장은 2010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 중소형 증권사에 머무르던 메리츠종금증권을 단숨에 증권업계 6위권으로 키워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부동산 개발사업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건설사에 돈을 직접 빌려주거나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등을 주선하는 사업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시행사나 건설사의 신용을 보증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도 포함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2013년 516억 원에서 2018년 4338억 원으로 5년 만에 8배가량 늘었다. 2019년 1분기에는 순이익 1413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쓰기도 했다. 

다만 부동산금융을 키운 만큼 우발채무도 크게 늘었다.

우발채무는 장래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부채로 확정되는 채무다. 우발채무의 비중이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증권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주선하면서 부동산 개발자를 위해 채무보증을 서고 수수료를 받는데 채무보증은 회계상 우발채무로 잡힌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우발채무는 2018년 1분기 4조7천억 원에서 같은 해 4분기 6조6천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1년도 안 돼 2조 원가량 늘어났다.

2018년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도 184.3%로 집계됐다. 주요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 평균치가 6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린 탓에 재무 건전성이 악화해 후순위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1분기 말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659.4%로 미래에셋대우(1781.6%), KB증권(1165.6%), NH투자증권(1290.6%), 삼성증권(1170.2%) 등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순자본비율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금액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금융투자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며 순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건정성이 우수하다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이 부동산금융 검사결과에 따라 증권사에게 내릴 수 있는 조치로는 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재무 건전성 기준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으로부터 관련 조치를 받으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을 단기간에 크게 확충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부동산금융사업을 펼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꾸준히 수익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의 부동산금융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부동산금융이 위축되면 메리츠종금증권 전체 실적에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성을 고려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앞으로 리스크가 큰 사업과 관련해 속도조절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메리츠종금증권은 1분기 실작발표회에서 채무보증 잔고를 더는 늘리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