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라도 바꾸겠다'는 의지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기업체질 단련에 힘쓰고 있다.
 
[오늘Who]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좋을 때’ 기업체질 단련한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


19일 두산인프라코어에 따르면 손동연 사장이 18일 ‘파워드 바이 이노베이션(Powered by Innovation, 혁신을 통한 힘)’라는 슬로건을 발표한 것은 실적이 좋은 현재 시점에서 앞으로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악화 등 위기 가능성을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로 담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룹 통합 슬로건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슬로건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 내에서 성과가 우수한 주요 계열사로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글로벌 건설기계시장 규모가 축소된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제품, 기술, 기업문화 등을 완전히 개선해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건설기계산업은 주기적으로 확장과 축소를 반복하는 사이클 산업인데 2019년을 기점으로 시장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세계적 건설장비시장 조사기관인 오프하이웨이 리서치(Off-Highway Research) 등 여러 곳에서 내놓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굴삭기시장 실적도 4월을 기점으로 꺾이는 추세를 보인다. 중국 현지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점점 확대되는 데다 2018년 워낙 호조였던 중국 굴삭기시장이 역성장 분위기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8년 별도기준 매출의 35%를 중국에서 거둔 만큼 중국시장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회사는 현재 북미 선진시장에서 미니굴삭기 제품군을 강화하는 등 자회사 두산밥캣과 다른 고객층 확보에 주력하고 국내에서도 미니굴삭기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지역별, 제품별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한 손동연 사장이 기업체질 개선에 다시 한번 힘을 싣고 있는 셈이다.

손 사장은 2015년 2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두산밥캣 인수의 후폭풍과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맞물려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었다.

손 사장이 지휘봉을 잡았던 첫 해인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는 연결기준 순손실 8600억 원을 냈지만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조직 통폐합,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2016년 흑자로 돌아선 이후 꾸준히 실적을 개선했다. 두산밥캣 상장도 이뤄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8년 매출 7조7천억 원, 영업이익 8500억 원, 순이익 4천억 원을 거뒀다. 2017년보다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28%, 순이익은 33% 늘어났다.

손 사장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최근 강조해온 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환’기조와도 맞물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미래 건설기계 작업현장을 선제적으로 구현하는 ‘콘셉트엑스(Concept-X) 프로젝트’를 통해 장비의 무인·자동화,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의 원격조종 기술 확보 등에 힘을 쏟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자체개발한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두산커넥트(DoosanCONNECT)’는 4월 북미 인프라·건설 분야 커뮤니티 ‘빌트월드(Builtworlds)’로부터 ‘올해의 혁신 솔루션’에 선정되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신기술 개발뿐 아니라 내부 업무역량 강화에도 4차산업혁명을 적용하고 있다. 4월 미국의 빅데이터 전문 유니콘기업인 ‘팔란티어’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 전반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연결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슬로건 선포식을 따로 열지 않은 것은 실리를 추구하는 두산그룹 기업문화에 맞춰 형식적 보여주기보다 실질적 업무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슬로건을 바탕으로 대내외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향후 시장흐름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