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실련 권오인 "가업상속 공제, 부의 대물림 수단돼서는 안돼"

▲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가업상속 공제가 부의 대물림에만 활용돼서는 안 된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18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가업상속 공제제도가 장수기업을 육성한다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세금을 면탈하고 재산을 넘기는 것에만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업상속 공제제도는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3천억 원 미만 중견기업을 상속할 때 가업상속 재산가액을 최대 500억 원까지 공제해 주는 제도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기 위해 1997년 도입됐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정협의회를 개최해 가업상속 공제 사후관리기간을 단축하고 중견기업의 고용유지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편안을 발표했다.

권 국장은 정부와 여당의 개편안을 두고 가업상속제도의 적용기준이 되는 매출액 기준을 확대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고용유지 의무를 완화한 것을 두고는 우려를 표시했다.

권 국장은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가업상속 공제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업상속 공제는 어떤 제도인가?

“장기간 경영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상속할 때 가업을 이어받는 사주의 자녀에게 상속세를 줄여주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기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 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지속적으로 고용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경제 생태계에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가업상속 공제제도에 따르면 기업상속자는 상속세를 줄이는 대신 10년 동안 정규직 고용규모를 일정비율 유지해야 한다. 또한 기업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하면 안 되고 업종 전환도 제약된다.

이런 요건들 때문에 기업에서 가업상속 공제혜택을 받기 힘들다는 요청이 나왔고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 요청을 받아들여 개편안을 최근 마련했다.

- 당정협의회에서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이 발표됐는데 어떻게 바라보는지?

“부의 대물림을 심화할 수 있는 매출액 적용기준을 확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고용과 자산, 같은 업종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였지만 보완책으로 상속기업의 탈세가 있으면 공제를 배제하도록 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결정된 가업상속 공제 개편안은 △가업상속 공제 사후관리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 △업종변경 허용범위를 표준산업분류의 중분류까지 허용 △상속기업의 탈세 또는 회계부정이 있으면 공제 배제 △중견기업의 고용유지 의무를 중소기업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 고용유지 의무와 관련해 중견기업에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중견기업이 가업상속 공제제도의 사후관리기간에 상속 당시 정규직 노동자 수의 120%를 유지해야 하는 요건도 중소기업과 같은 100%로 완화한 점은 제도의 취지를 반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의 여건을 고려해 중견기업과 차등을 두었던 부분임에도 중견기업까지 중소기업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가업상속 공제제도가 상속세 혜택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허용되는 것은 기업유지를 통해 근로자들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그 정당성이 부여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용유지 의무요건에 손을 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권 국장은 법정신고기한을 경과하여 기업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전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넓힌 것은 세수확보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인가?

“현재 국회에는 가업상속 공제 대상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확대하는 법률안이 발의돼 있고 재계의 일부에서도 여전히 대상기업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은 가업상속 공제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세금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만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감독활동을 해 나갈 것이다.”

권오인 국장은 1974년 9월25일 태어나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에서 공공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부터 경실련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경실련 경제정책국과 재벌개혁본부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점검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