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에서 해양프로젝트 투자계획들이 미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선박 발주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해양설비 수주로 올해 수주목표를 채울 계획을 세웠는데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조선3사, 해양설비 발주 지연돼 올해 수주목표 달성 장담 못해

▲ (왼쪽부터)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과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2019년 안에 발주될 것으로 전망됐던 베트남의 해양가스전 개발사업인 블록B 프로젝트의 투자결정이 연기됐다.

내츄럴가스월드는 “블록B 프로젝트는 베트남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비엣남과 최대주주인 미국 셰브론이 천연가스 가격을 놓고 의견차이를 보여 투자결정이 미뤄졌다”며 “페트로비엣남은 셰브론의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발주처가 프로젝트 최대주주의 지분을 회수했다는 것은 새 투자자를 찾겠다는 뜻으로 블록B 프로젝트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중공업은 이 프로젝트의 고정식 플랫폼 톱사이드(설비의 윗부분)를 수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올해 수주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다.

5월 말부터 해양프로젝트의 발주처들이 일제히 투자결정이나 입찰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 외신들은 발주처들이 프로젝트의 채산성을 재검토하기 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유가의 하락세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5월 중순까지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를 넘었지만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와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5월 말부터 하락해 배럴당 50달러 초반을 오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야 해양프로젝트의 채산성이 확보된다고 본다.

삼성중공업이 수주를 준비했던 캐나다의 키스파 프로젝트, 호주의 바로사 프로젝트 등 해양가스전 개발계획도 올해 발주가 사실상 무산됐다.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키스파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진행이 지연돼 발주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바로사 프로젝트는 2020년 초로 입찰결과 발표가 미뤄졌다.

해양유전 개발계획도 상황은 비슷하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 따르면 조선3사가 모두 수주전에 발을 들인 호주 브로우즈 프로젝트와 삼성중공업이 수주를 자신하는 나이지리아의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의 입찰결과 발표가 2020년으로 연기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를 노렸던 영국 로즈뱅크 프로젝트는 발주처가 최종 투자결정을 3년 뒤인 2022년으로 미뤘다.

올해 발주될 것으로 전망됐던 해양프로젝트들 가운데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의 마르잔 프로젝트와 나이지리아의 자바자바 프로젝트만이 남았다. 각각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발주처 아람코와 현대오일뱅크를 통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에 합자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두 회사 관계자는 모두 각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영업력을 집중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양설비 수주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합쳐 현재 기준으로 25억 달러치의 수주를 따냈다. 올해 수주목표 178억 달러의 14%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마르잔 프로젝트는 1, 2, 4계획의 해양설비 발주가 패키지딜로 진행되는데 예상 발주규모는 70억 달러다. 현대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하면 수주목표 달성률은 53.4%까지 높아진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0억 달러의 수주를 확보해 수주목표 78억 달러의 38.5%를 달성했다. 자바자바 프로젝트의 예상 발주규모는 10억 달러로 삼성중공업이 수주를 따내면 수주목표 달성률은 51.3%가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해양설비 수주가 무산돼 수주목표 달성 전망이 어두워졌다. 현재 26억9천만 달러치 선박을 수주해 수주목표 83억7천만 달러의 32.1%를 달성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내년이라고 해양 프로젝트가 활성화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조선사들은 올해 남아있는 해양프로젝트의 수주를 따내기 위해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