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 회계감독 선진화 위해 업계의 볼멘 소리도 들어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회계감독 선진화를 위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회계감독을 선진화하겠다며 정책 추진방향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을 거두려면 업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하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장을 주관하는 회사에게도 책임을 강하게 요구할 뜻을 보인 것을 놓고 투자금융업계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최 위원장이 13일 발표한 회계감독 선진화방안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상장 준비기업 회계감독 효율화’ 가운데 상장을 주관하는 회사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부분이다.

금융위는 상장 준비단계부터 상장 뒤까지 관계기관 사이 역할을 효율적으로 분담해 상장 준비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중층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상장을 주관하는 회사의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상장을 주관하는 회사의 책임을 놓고는 재무제표 확인 등 기업실사 내용 전반에 책임을 확대하고 위반 때 현재 20억 원 수준인 과징금 한도를 대폭 상향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재무제표를 포함한 발행인의 중요사항과 관련된 허위기재, 기재누락 적발 책임도 묻겠다고 한다.

상장을 주관하는 회사의 재무제표 등 확인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놓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바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장을 주관하는 회사에 기업의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일차적 역할은 현행 제도적 틀에서는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의 몫이다.

부실감사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사보고서 감리 등 회계감독제도도 마련돼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주관하는 과정에서 외부감사를 거친 재무제표 등을 당연히 검토하지만 이는 외부감사 결과를 믿고 내용은 잘못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며 “재무제표와 관련해 실사도 하지만 증권사에 회계법인도 못 찾아낸 허위기재 등을 적발하라는 요구는 다소 무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이은 회계부정 사태로 기존 제도들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금융위의 이번 방안은 상장을 주관하는 회사에 덤터기를 씌울 뿐이라는 것이다.

금융위가 제시한 우리 기업회계의 대내외 신뢰를 높이겠다는 목표 자체를 반대하는 기업이나 회계, 금융투자 관련 종사자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목표를 무작정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이루려 한다면 목표를 이루기는커녕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의 이번 회계개혁 선진화 방향과 관련해 상장을 주관하는 회사에 무작정 무거운 책임을 지우면 증권사들이 상장주관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오히려 국내 기업공개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최 위원장이 이번에 밝힌 회계감독 선진화 방향은 아직은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말 그대로 ‘방향’이다.

금융위가 밝힌 계획에 따르면 이번 회계감독 선진화방안의 추진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안,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등 개정안이 각각 올해 12월, 10월까지 마련된다.

최 위원장이 구체적으로 법령 등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을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