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밀수 혐의와 관련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남매경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시선이 나온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여전히 많다.
  
[오늘Who] 조현아, 실형 모면했지만 한진그룹 경영복귀까지 험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에 복귀한다면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그룹 전무의 복귀보다 회사 내외에서 반발이 더 클 수 있다.

한진그룹은 앞서 조 전무의 한진그룹 경영 복귀 사실을 밝히면서 “검찰에서 조현민 전무에게 걸려있는 모든 혐의를 무혐의로 판단한만큼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은 법원에서 무죄가 아닌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특히 법원이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한 만큼 조 전무보다 복귀의 명분이 약하다.   

또한 조 전무는 ‘물컵 갑횡포(갑질)’ 사건 이후 이렇다 할 이슈가 없었던 반면 조 전 부사장은 최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찍힌 ‘막말 동영상’ 파문으로 다시 한 번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땅콩 회항’ 이후 한번 경영에 복귀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물컵 사건으로 다시 물러났던 전력이 복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조현민 전무 복귀 이후 급격하게 악화된 사내 여론도 부담스럽다. 

진에어 노동조합은 최근 조 전무의 복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진에어 노조는 “조현민 전무의 복귀 소식을 듣고 진에어 노조와 2천여 명의 진에어 직원들은 하늘이 무너지듯 참담한 심정”이라며 “총수 일가는 진에어와 직원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이 본인들의 사익만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 역시 “조현민 전무의 복귀는 (총수 일가가) 여전히 국민을 우습게 보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며 “사회적 책임이나 직원들의 요구는 상관없이 기득권을 회복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에게 내려진 집행유예 선고가 1심 선고이기 때문에 아직 실형의 가능성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검찰은 아직 항소할 뜻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법원이 구형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한 만큼 항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20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조 전 부사장에게 걸려있는 다른 혐의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한 만큼 조 전 부사장의 복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표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가 KCGI에게 명분을 제공해주게 될 수도 있다.

KCGI는 앞서 조 전무의 복귀를 두고 “책임경영 원칙에 반한다”며 “한진칼 이사들이 아직도 임무는 게을리하고 오로지 대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만약 조 전 부사장까지 한진그룹 경영에 복귀한다면 KCGI가 내세우는 지배구조 개선의 명분에 한층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현재 한진그룹 계열사의 정관 규정에 임원의 위법행위를 문제삼는 규정이 없는 만큼 KCGI가 2020년 주주총회에서 형사판결에서 유죄를 받은 임원의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제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민연금은 2019년 3월 열렸던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배임·횡령 등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즉시 이사직을 상실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제안했지만 부결된 적이 있다.

인천지방법원은 조 전 부사장의 밀수입 혐의와 관련해 13일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 벌금 48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전 부사장이 실형을 면하게 되면서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에 복귀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함께 한진그룹을 ‘남매경영’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에 복귀한다면 칼호텔네트워크 등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해 말씀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