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미국과 비핵화 대화를 중재하려 하지만 남한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조짐을 보이지만 남북관계에는 비교적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김정은 만나 미국과 대화 중재할 길 찾기 쉽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열린 오슬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정치권 관계자와 전문가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추진 과정에 ‘톱다운 외교’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톱다운 외교는 남한, 북한, 미국 정상의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 비핵화의 실무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대화에 남한도 중재자로서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 대통령이 6월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 전에 김 위원장을 만나려는 의지를 보인 점도 북미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확고하게 굳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먼저 만난다면 핵시설 동결·해체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사이에서 어느 선까지 물러날 수 있는지 대화한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중재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눈에 띄는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을 거듭 보이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북남선언들의 이행은 시대의 요구’라는 해설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민족 공동의 번영을 바란다면 관련된 태도와 자세부터 바로 하고 이행 의지를 말이 아닌 실천적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최근 별세하면서 북한의 ‘조문단 외교’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판문점에서 조전을 전하는 데 그치기도 했다. 

김영수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현재 남한보다는 미국과 직접 대화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한과 직접 대화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하면서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북미 대화의 끈을 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12일 “우리가 북한과 매우 잘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미국 정부는 톱다운 외교 대신 실무협상부터 진행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북한과 실무협상을 이어갈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남한과 북한이 물밑접촉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 전에 김 위원장을 만날 의지를 보인 일은 우연이 아닐 듯”이라며 “김 위원장도 북미대화를 바라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접점을 찾으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