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에 사용하는 모바일 프로세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설계능력 강화에 힘을 실으면서 인텔의 통신반도체사업 인수 등 공격적 성장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5G통합반도체 개발을 공식화하고 AMD와 그래픽반도체 개발에 협력하며 추격에 속도를 내자 애플도 적극적으로 대응방안을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 삼성전자 5G통합반도체 개발 대응해  인텔 통신반도체 인수협상

▲ 팀 쿡 애플 CEO.


13일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인텔과 통신반도체사업 인수협상을 벌이며 인텔의 통신반도체 특허와 개발 인력, 제품 등을 모두 넘겨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인텔은 애플을 사실상 유일한 통신반도체 고객사로 두고 있었는데 애플이 인텔과 5G통신반도체 협력을 중단하고 퀄컴과 거래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하자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인텔을 상대로 '미끼전략'을 쓰고 있다"며 "인텔과 거래를 중단해 어려움을 안겼지만 인수를 위해 들이는 돈은 최소 3조 원대를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통신반도체 관련된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인텔에 접촉하는 것은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움직임과 관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자체 기술로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와 5G통신반도체를 통합한 '원칩'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갤럭시S10 5G' 등 현재 출시된 5G 스마트폰은 프로세서와 5G통신반도체를 따로 탑재하고 있어 성능과 전력효율이 다소 떨어지고 스마트폰 내부에서 차지하는 공간도 크다는 단점이 있다.

애플은 5G통신반도체를 당분간 퀄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삼성전자가 5G통합반도체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먼저 내놓는다면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애플이 인텔의 통신반도체사업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목표와 같이 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 인공지능 반도체를 모두 자체 개발해 통합칩 형태로 탑재해 아이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자체 프로세서 '엑시노스'의 약점으로 꼽히던 인공지능 연산능력과 그래픽반도체(GPU)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변화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캐나다 인공지능 연구소는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연구를 위한 전문조직으로 재편됐고 그래픽반도체기업 AMD는 삼성전자에 반도체 설계기술을 제공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런 노력이 본격적으로 엑시노스 시리즈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삼성전자가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스마트폰의 성능과 콘텐츠 및 인공지능 서비스의 활용성도 크게 발전할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에 직접 개발해 탑재하는 'A' 시리즈 프로세서는 아이폰의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의 시스템반도체 설계능력 덕분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구동성능과 그래픽 처리능력을 갖춘 모바일기기로 이름을 올렸다.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에 인공지능 연산기능을 적용하는 기술 흐름도 사실상 애플이 주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모바일 프로세서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분야에 133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경쟁력 강화에 적극 힘을 실으면서 애플은 대응이 시급한 처지에 놓였다.
 
애플, 삼성전자 5G통합반도체 개발 대응해  인텔 통신반도체 인수협상

▲ 애플 아이폰용 프로세서와 삼성전자 엑시노스 프로세서.


애플은 2017년 내놓은 '아이폰X'부터 자체 기술로 개발한 그래픽반도체를 활용하고 지난해는 전력반도체기업 다이얼로그를 인수하는 등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인텔의 통신반도체사업 인수도 이미 애플이 별도 연구팀을 통해 진행하고 있던 5G통신반도체 개발 속도를 앞당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는 스마트폰업체들에 갈수록 중요한 경쟁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5G통신 보급으로 스마트폰 콘텐츠 및 서비스가 빠르게 고사양화되면서 프로세서의 구동성능과 그래픽 처리능력, 인공지능 연산능력 등의 차이를 소비자가 체감하기 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그동안 스마트폰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왔던 프로세서 설계 기술력마저 삼성전자에 뒤처진다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주도권이 삼성전자에 완전히 넘어갈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반도체 개발역량 강화는 삼성전자에 기술적 우위를 지키기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