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는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더욱 거세질까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그룹별 자본비율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계열회사 사이 복잡한 출자구조 탓에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 자본비율 낮아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압박 더 받나

▲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미래에셋 센터원 건물 전경.<미래에셋그룹>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통합감독제도 시범운영을 연장하면서 앞으로 미래에셋그룹을 향한 지배구조 개편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여수신, 보험, 금융투자 가운데 2개 이상의 금융회사를 보유한 자산 5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감독하기 위한 제도다.

미래에셋그룹, 삼성그룹, 한화그룹, 현대차그룹, DB그룹, 롯데그룹, 교보생명그룹 등 7곳이 감독대상이다.

은행을 보유하지 않은 금융그룹에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부실이 금융회사로 넘어가 금융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7월 도입됐다.

금융위는 1년 동안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자본비율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는데 그 결과 7개 금융그룹 가운데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비율은 총자본에서 계열사 간 중복자본을 제외한 값을 최소요구자본, 집중위험, 전이위험 등을 더한 값으로 나눠서 구한다. 자본비율이 높을수록 금융그룹들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은 125.3%로 집계됐다. 기존 자본비율인 282.3%에서 계열회사 사이 중복된 자본을 빼고 전이될 수 있는 위험을 더한 결과 157%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기존 자본비율보다 삼성그룹은 109.2%포인트, 교보그룹은 108%포인트, 롯데그룹은 64.5%포인트, 한화그룹은 56.5%포인트, 현대차그룹은 43.4%포인트, DB그룹은 48.6%포인트 등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셋그룹의 하락폭이 가장 큰 셈이다.

고상범 금융위 지배구조팀장은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과 달리 미래에셋그룹은 계열회사들이 '다단계'로 자본출자를 한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생긴 중복자본을 차감한 결과 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통합감독제도 모범규준에서 정한 최소 자본비율은 100%로 미래에셋그룹이 당장 자본을 늘려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금융위가 하반기 중복자본 산정에 관한 기준을 구체화하면 자본비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낮은 자본비율로 새로운 사업을 하는 데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점 등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위는 하반기부터 2~3개 금융그룹을 뽑아 매년 리스크 실태를 평가하기로 했는데 미래에셋그룹은 이번에 산정된 자본비율이 낮은 만큼 실태 평가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금융위가 산출한 자본 적정성 비율은 총자산의 1.5%를 단순 가산해 나온 결과인데 미래에셋그룹은 투자 규모가 커 전이위험액이 크게 계산됐다”며 “앞으로 항목 조정, 모델 개선 등을 통해 자본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박 회장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자 박 회장은 정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꾸준히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를 정비하고 있다.

박 회장은 사실상 미래에셋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의 덩치를 불려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자산 대비 자회사들의 주식가액 비중을 2017년 43.2%에서 2019년 1분기 23.4%로 낮췄다.

금융지주사법상 특정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 가치(장부가액 기준)가 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사로 강제전환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에는 국내 경영을 부회장 5명의 책임경영체제로 바꾸면서 미래에셋그룹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낮추려는 모습도 보였다.

박 회장이 지배구조를 새롭게 꾸리는 노력을 이어오면서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더 이상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계열회사 사이 출자구조 영향으로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이 낮게 산출되면서 미래에셋그룹은 당분간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향한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통합감독제도 도입을 발표하면서도 미래에셋그룹의 사례를 들며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했는데 이번에도 자본비율이 낮게 나와 지배구조 개편 압박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다만 통합감독제도 관련 법안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만큼 명확한 기준이 마련된 뒤에도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이 떨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