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내놓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시스템반도체 생산 기술력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사에 앞서나가고 있지만 고객사 확보와 사업경험 등에서 후발주자로서 분명한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성공은 이재용 부회장이 대한민국 1등 기업으로 삼성전자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김용원 기자

곽보현(이하 곽): 지난 시간에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에 대해서 어떠한 비전이 있는지, 이재용 시대를 어떻게 이끌어갈 지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좀 더 면밀하게 처음으로 시작한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자기고 있는 장점과 단점, 그리고 극복해야 할 것들, 어떻게 성공할 지와 관련한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불리한 싸움을 시작했다?

곽: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성공할 수 있나요?

김용원(이하 김): 사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세계 경쟁사와 조금 불리한 싸움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곽: 불리한 싸움이라. 그렇다면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어느 정도인가요?

김: 작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은 단 3%입니다. 지금 3%에 불과한 기업이 1위를 하겠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면 조금 무리한 목표를 세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CEO톡톡] '이재용 사업'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는 과연 성공할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곽: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이렇게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기술력. 그리고 IT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갖추고 있는 막대한 영향력과 브랜드 가치. 이런 데 삼성전자가 큰 자신감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 삼성전자는 최근에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정 기술력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특히 EUV라는 신기술 도입에 성공하면서 133조 투자 발표의 자신감을 찾는 데 절대적인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는데요. 

곽: 극자외선(EUV)을 활용한 반도체 생산 기법. 삼성전자가 이 첨단 기법을 이용해서 본격적으로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건가요?

김: 삼성전자는 작년 말부터 EUV 반도체 양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고객사 반도체의 대량생산이 시작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 반도체공장을 방문했을 때 EUV 반도체 출하 기념식도 열었습니다.

곽: 살펴보니까 삼성전자가 앞으로 시스템반도체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아니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지 이런 부분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서 극복해야 될 과제는?

곽: 그렇다면 이제 EUV 반도체 생산만 시작되면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서 승승장구할거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건가요?

김: 사실은 삼성전자가 극복해야 할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곽: 삼성전자가 기존에 하던 메모리반도체는 소품종 다량생산인데 시스템반도체는 고객사를 만나서 고객사들이 주문하는 형태의 반도체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력만으로 무조건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거죠.

김: 일단 대만 TSMC와 같은 위탁생산 1위 기업은 애플과 퀄컴, 화웨이 등 대형 반도체 고객사들과 수년 동안 거래하면서 아주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물론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발전한다면 삼성전자한테 반도체를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기존에 거래를 해왔던 TSMC와 거래를 끊는 일은 망설일 수밖에 없죠.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전에도 기술 발전의 성과로 애플과 퀄컴 등 고객사를 TSMC에서 빼앗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곽: 그러면 면밀하게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서 갖고 있는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면 가늠을 좀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강점 VS 약점

곽: 우선 물어보겠습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약점은 뭔가요?

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의 근본적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건 고객사가 설계해 온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위탁생산사업을 주력으로 하는데 동시에 자체 기술로 비슷한 반도체를 만들어 스마트폰 등에 탑재하고 있다는 게 치명적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이런 반도체 고객사들이 삼성전자를 협력사가 아닌 라이벌로 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곽: 퀄컴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라고 했는데 고객사 입장에서 도전장을 내민다 한다면 삼성전자가 고객사들의 이런 합리적 의심을 해소해야 하는데 대응방안을 들고 있나요?

김: 삼성전자가 그래서 이전에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같은 사업부에서 하다가 2017년에 반도체 설계사업부와 위탁생산사업부를 분리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아예 위탁생산사업을 별도의 회사로 분리해서 자회사로 둘 수 있다는 전망도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곽:: 반대로, 삼성전자만이 지니고 있는 시스템반도체에서 강점은 무엇일까요?

김: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의 종합 전자업체를 시스템반도체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곽: 그게 어디죠?

김: 바로 삼성전자 자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부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최대 고객입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이미지센서, 프로세서와 같이 직접 개발한 시스템반도체를 스마트폰에 적극적으로 채용했기 때문에 시스템반도체가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곽: 정리를 해 보면,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서 극복해야 할 여러 어려움도 있지만 또 삼성전자만의 독특한 상황이 강점이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재용 부회장에게 시스템반도체란?

곽: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 한 줄로 얘기하면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죠?

김: 저는 이재용 부회장에 시스템반도체는 ‘동아줄’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의 위기, 중국의 추격 등에서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인데 과연 이재용 부회장이 제시한 시스템반도체가 썩은 동아줄일지, 정말 한국경제 전체를 이끌어갈 튼튼한 생명줄이 될 지는 이재용 부회장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곽: 저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얘기하겠습니다.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이고 소량생산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사와 관계가 중요하고 요구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곽: 이재용 부회장이 이전 정권과 관련한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왜 대통령을 만나느냐, 한국사회에서 오래된 ‘삼성 봐주기’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는데요. 정부가 한국 경제를 끌어올려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재촉하고 지원을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물론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이나 여론 등을 고려해서 시스템반도체에 보여주기 식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 거취나 행보와 관계 없이, 반드시 시스템반도체에서 성과를 내서 대한민국 1등 삼성전자만의 저력을 한번 더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곽: 그 말에 100% 동감입니다. 삼성전자가 이번 시스템반도체 투자로 국민에게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다시금 거듭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갈 중추 역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