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조기등판을 통해 ‘가족 불화설’을 마무리하고 통합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현민 전무가 한진그룹 경영에 복귀한 것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한진그룹 오너 일가 내부의 ‘불화설’이 일정 부분 마무리됐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오늘Who] 조원태, 조현민 등판으로 한진 오너일가 '불화설' 진화하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이 3일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것처럼 가족 사이에 상속, 경영권 등과 관련된 합의는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선대 회장(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유언이 가족 사이의 화합이었던 만큼 두 사람(조 회장과 조 전무)이 계속해서 끈끈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현재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가족 사이 불화설을 차단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그룹 내부와 외부에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한진칼 지분 15.98%를 차지하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공세가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된 리더십’을 주주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오너 일가에 우호적 지분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KCGI는 2020년 3월 주주총회에서 그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명분을 쌓기 위한 일련의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진칼 역시 우호적 주주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조 전무의 조기등판을 통해 주주들에게 긍정적 신호를 주는 것을 넘어 남매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계속된다면 ‘내부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가족들의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확실하게 못박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18년 기준 조원태 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한진칼 지분을 각각 2.34%, 2.31%, 2.3% 등 비슷한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 불화설을 차단하는 것은 내부 직원들에게 믿음을 주는 효과도 낼 수 있다. 
 
한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가족 사이 불화설이 지속되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불안함이 퍼질 수 있으니 내부 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해서라도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직 조현민 전무를 향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한진그룹 오너일가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현재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밀수 등 혐의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어 그룹 경영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

사실상 경영복귀라는 수단을 통해 ‘불화설’의 불씨를 끌 수 있는 것은 조현민 전무 한 명인 셈이다.  

한진그룹이 조 전무의 경영복귀와 관련된 입장자료에서 ‘형제간 화합이라는 조양호 회장의 강력한 유지를 받들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역시 한진그룹 오너일가 불화설을 차단하기 위한 한진그룹의 의도가 들어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 전무가 한진그룹의 신사업 분야를 맡게 된 것을 두고 조 회장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신사업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질 수 있는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오너의 후계자가 맡을 때가 많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GS건설의 신사업추진실장을 맡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역시 금호아시나아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정보통신기술(IT)사업에 전념하고 있으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역시 CJ제일제당의 신사업인 반조리음식사업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한진그룹이 현재 신사업을 추진할만한 여력이 있는지 물음표가 붙는 상황인 만큼 조 회장과 조 전무 사이에 경쟁구도가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5.98%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진그룹 경영개입을 선언한 당시부터 끊임없이 항공사업분야와 관련 없는 호텔사업 등을 매각할 것을 한진그룹에 종용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계속해서 여객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항공업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주력사업인 항공사업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도 높다. 

조 전무가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기 전에 마케팅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었다는 것을 살피면 신사업 분야가 조 전무의 능력을 발휘해 오빠인 조 회장을 도울 수 있는 적절한 자리는 의견도 나온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 전무가 대한항공에서 마케팅 관련 일을 맡고 있을 때 제작된 광고가 꽤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케팅 분야와 신사업 분야가 모두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룹에서 조 전무를 신사업 분야에 배치한 것도 능력을 적절히 발휘할 수 있는 위치를 마련해 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