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최대 전자업체인 홍하이정밀(폭스콘)이 반도체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반도체부문 수장을 CEO에 선임하는 등 경영체제에도 큰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하이가 막대한 자금여력과 중국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위협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반도체에 힘싣는 대만 홍하이, 중국과 손잡고 삼성전자 위협한다

▲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타이페이타임스는 10일 “홍하이의 후계구도 발표가 임박했다”며 “궈타이밍 회장의 경영공백과 관련한 투자자의 우려를 잠재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하이를 창업한 뒤 45년동안 CEO를 맡아온 궈 회장은 2020년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에 회사를 맡기기로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홍하이의 반도체부문 수장을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이 차기 회장에 올라 경영을 총괄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홍하이가 지난해부터 반도체사업 확장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새 CEO 선임을 계기로 성장 추진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홍하이는 지난해부터 중국에 10조 원 이상의 투자를 들이는 대규모 반도체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을 포함한 IT기기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며 홍하이의 주력인 전자제품 위탁생산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반도체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홍하이는 전자제품 위탁생산과 공통점이 많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홍하이는 8K TV용 반도체와 이미지센서, 사물인터넷 기기용 센서 등을 우선 위탁생산한 뒤 자율주행 반도체 생산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닛케이는 “홍하이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 상위기업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은 TSMC와 UMC, VIS 등 반도체 위탁생산시장 점유율 상위기업을 다수 보유한 강국으로 꼽힌다.

홍하이가 전자제품 위탁생산을 통해 애플, 화웨이 등 대형 고객사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점도 반도체 위탁생산사업 진출에 강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자체적으로 반도체사업을 키우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는 중국 정부가 홍하이를 전폭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점이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가장 위협적일 수 있다.

홍하이는 아이폰 위탁생산공장을 대부분 중국에 지으면서 대표적 ‘친중국’ 기업으로 거듭났다.

중국에 반도체공장까지 짓는다면 중국 정부가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홍하이가 급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최근 시스템반도체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며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은 상황에서 초반부터 강력한 새 경쟁자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홍하이가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기 충분한 자금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위협적이다.

일본 샤프를 인수한 뒤 홍하이가 세계 디스플레이 상위기업으로 급성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즈호증권은 전자전문매체 EE타임스를 통해 “홍하이가 샤프를 인수한 것은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 구동칩, 프로세서 등 시스템반도체 기술 확보를 노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반도체에 힘싣는 대만 홍하이, 중국과 손잡고 삼성전자 위협한다

▲ 대만 타이페이의 홍하이정밀(폭스콘) 본사.


홍하이는 과거 SK하이닉스 참여 컨소시엄에 인수된 도시바메모리가 매각을 추진할 때 애플 등 전자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수전에 뛰어든 적도 있다.

현재 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2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홍하이그룹이 인수합병을 통해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승부수를 걸 수도 있다.

닛케이는 중국이 미국과 무역분쟁으로 자체 반도체사업을 육성하는 게 더욱 절실해진 만큼 홍하이에 대부분의 투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홍하이도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애플과 화웨이 등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위탁생산 물량을 크게 잃게 된 처지인 만큼 반도체 분야에서 성장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궈 회장은 과거 공식석상에서 직접적으로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것이 홍하이의 목표"라고 언급하는 등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