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어급’ 상장기업이 거의 사라지면서 증권사들의 기업공개(IPO) 주관 실적부문에서 전통적 강자와 약자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하반기 기업공개시장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증권사들이 중소형 상장 예정기업들을 잡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어급 상장기업 실종으로 증권사 기업공개 주관실적도 혼전 양상

▲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기업공개 시장이 활기를 띄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Pixbay>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기업공개시장이 활기를 띄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대어급으로 꼽히던 기업공개 예정기업들은 연이어 상장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현대오일뱅크, 이랜드리테일, 바디프랜드 등 예상 시가총액이 3조 원~10조 원으로 점쳐지던 대형 기업들이 올해 기업공개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올해 기업공개시장이 뜨거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SK증권 중소성장기업분석팀은 “기업과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계속 엇갈리는 상황에서 대형 기업들이 무리하게 기업공개를 진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기업공개시장에서 대어급 기업이 실종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침체된 증시 분위기와 함께 최근 코오롱생명과학 등에서 불거진 바이오 신약 기술 논란 등으로 기술 특례상장제도를 통한 기업공개 기업 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기술 특례상장제도는 당장 수익성은 낮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대상으로 상장 문턱을 낮춰주는 제도다. 주로 바이오·헬스케어기업들이 상장할 때 활용해온 방식이다. 

기업의 상장계획은 중장기적 과제인 만큼 상장이라는 목표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기술력 검증에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상장시기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대어급 기업들과는 달리 4월부터 기업공개를 위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중소형 기업 수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코스닥에서 심사승인을 받은 기업은 11곳, 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은 31곳이다.

일반적으로 대형사들의 기업공개를 맡는 주관사는 주로 증권사의 ‘이름값’에서 갈리는 것과 달리 중소형급 기업들은 그동안 거래이력 및 업종 이해력 등에 따라 상장 증권사를 선정하는 경향이 짙다.

기업공개시장에서 대어급 기업이 사라지고 중소형 상장 예정기업들이 늘어날수록 중소형 증권사들에게는 기회가 많아지는 셈이다.

실제로 매년 기업공개 실적 1, 2위를 다투며 전통적 강자로 꼽히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은 올해 기업공개 실적순위에서 7위 내외에 머무르며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이 주관을 맡았던 대형 기업들의 기업공개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반면 대신증권과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기존에 상대적으로 기업공개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곳들이 올해 기업공개 실적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눈에 띄고 있다.

대어급 기업들이 올해 기업공개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증권사들의 기업공개 실적 연간 순위가 예측할 수 없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증권사들이 기업공개부문 인력을 보강하는 등 전사적 차원에서 기업공개부문에 공을 들인 이유도 있지만 시장의 분위기도 이런 순위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며 “기업공개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큰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증권사들의 혼전양상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