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구미시에 짓는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부와 구미시, LG그룹은 구미형 일자리를 추진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LG그룹은 내부에서 연구진을 꾸려 구미형 일자리와 관련한 내부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구미 배터리 일자리사업 결정하고 구미시와 실무협의 시작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7일 구미시와 경상북도, LG화학 관계자가 LG화학 본사에서 만나 구미형 일자리 추진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열었다.

이날 만남과 관련해 구미시 관계자는 “정식으로 투자해달라는 요청서를 전달하고 LG화학이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절차”라면서 “부지나 세제감면 등 기업이 원하는 바를 듣고 서로 맞춰나가게 될 것”라고 말했다.   

구미시는 2월 정부의 상생형 지역일자리 확산방안에 따라 ‘구미형 일자리’를 추진하며 참여 기업을 물색해왔다. 

구미형 일자리는 기업이 지역에 공장을 짓고 투자하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장부지 제공, 세금 혜택 등을 지원하는 사회통합형 일자리 정책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임금협력형 정책이었다면 구미형 일자리는 정부와 지역사회가 근로자를 위한 생활기반시설을 지원하는 투자촉진형으로 방향을 잡았다.

LG화학의 구미형 일자리 참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LG그룹 수뇌부와 청와대에서 서로 오랜 협의를 거쳐 결정됐다”며 “지금은 실무협의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구미시에 조성될 LG화학 공장의 규모나 형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이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증설계획을 취소하고 구미시 투자로 방향을 돌리게 되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LG화학 관계자는 “폴란드 생산공장은 고객 수주가 많아 계속 증설할 수 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화학에게 배터리 공장 증설은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만 110조 원 수준이라 그에 대응하려면 생산라인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국내 충청북도 오창, 해외 중국 난징, 미국 미시간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1조2천억 원을 들여 중국 난징의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수요도 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역사회는 구미시 산업단지에 LG화학의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배터리 부품과 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을 육성해 ‘전기차 배터리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 등이 주요 소재이다. LG화학은 현재 포스코케미칼, 일본 히타치, 미츠비시 등 다양한 국내외 협력사에서 전기차 배터리용 부품 및 소재를 공급받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LG화학 전기차 배터리공장이 설치되면 같은 산업단지에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및 부품 생산기술을 갖춘 인근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주변 기업들이 더불어 동반성장하면 고용효과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도 “LG화학이 투자를 하면 이후 (전기차 배터리 산업)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며 “큰 줄기가 형성되면 부차적으로 주변 기업들이 들어서며 함께 연동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전기차 배터리회사가 완성차공장과 가까운 곳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이 최근 추세라는 점에서 구미형 일자리가 무리한 사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LG화학이 중국과 유럽,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 이유도 해외 완성차업체의 수주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국내 전기차 완성차업체에는 LG화학의 오창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으로 공급해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배터리 생산 핵심라인을 외국에 둔다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LG화학도 핵심라인이나 주요한 부분은 해외로 나갈 수 없기에 국내 생산기지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아직 구미시의 제안을 받고 협의를 시작하는 단계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구미시는 올해 SK하이닉스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실패한 후 대형 산업단지(클러스터)를 조성하는데 공을 들였다. 특히 중소기업에 일감을 공급할 수 있는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힘썼다.

구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LG, SK, 삼성 등에 자동차 배터리만이 아니라 다른 업종과 관련해서도 계속 제안을 해왔는데 이번에 가시적 성과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