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핀테크기업 경쟁력 갖추려면 기존 금융사와 협력해야"

▲ 최근 6년간 글로벌 핀테크기업 투자 및 인수합병 현황. <금융감독원>

국내 핀테크기업들이 성장하려면 검증된 수익모델을 만들어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기존 금융회사와 협력관계를 만들어야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6일 내놓은 ‘글로벌 핀테크 10대 트렌드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핀테크기업의 성장경로가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핀테크기업들이 인수합병과 투자유치를 통해 덩치를 키우거나 전자상거래 및 소셜미디어 등 비금융 플랫폼을 확보한 소위 ‘빅테크’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최근 글로벌 핀테크 흐름이라고 금감원은 소개했다.

글로벌에서 벤처캐피탈, 사모투자(PE), 인수합병 등으로 핀테크에 투자된 금액은 2016년 70조 원에서 지난해 123조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인수합병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지급결제 분야를 중심으로 거래규모가 1조 원을 넘는 굵직한 인수합병이 이뤄지기도 했다.

반면 국내 핀테크기업 대부분은 금융회사의 직·간접 자금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4년 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핀테크 투자는 96건이 이뤄졌는데 인수합병은 9건에 불과했으며 주로 벤처캐피탈을 통해 핀크기업 투자가 이뤄졌다.

글로벌에서 시장가치가 1조 원이 넘는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기업은 39곳이지만 한국에서는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유일한 유니콘기업이다. 

금감원은 “투자자들은 수익모델이 검증된 성장단계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만큼 국내 핀테크기업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확실한 수익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금융회사 의존도가 심화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핀테크기업들이 기존 금융회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해외에서는 영국 송금업체와 인터넷은행, JP모건과 영국 크라우드펀딩, 캐나다 은행과 미국 모바일은행 등이 서로 협력하고 있다.

금감원은 “‘오픈뱅킹’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은행 등 금융회사는 핀테크기업과 협력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독자 생존을 추구하는 핀테크기업은 고객 충성도가 높은 ‘빅테크’ 기업과 심화된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금감원은 종합금융 플랫폼사업 강화, 인슈어테크 성장, 블록체인 기술 적용 확대, 레그테크 투자 가속화 등 글로벌 핀테크 트렌드 현황과 전망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핀테크기업 직접투자를 허용하고 모험자본의 핀테크 투자 활성화정책을 병행하면서 스케일업 펀드규모를 확대하는 등 금융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며 “핀테크, 빅테크, 금융회사 사이의 경쟁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