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POLED)사업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악화됨에 따라 애플과 화웨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 패널 공급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스마트폰시장 위축돼 중소형 올레드 진입도 좁아져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수요 위축에 대응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플렉서블 올레드 패널을 새로 출시하면 중소형 올레드시장 후발주자인 LG디스플레이가 타격을 볼 공산이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라인에서 플렉서블 올레드 패널만 양산하고 있다.

플렉서블 패널은 수율을 높이고 양산하는 과정에서 LCD 패널이나 일반형(리지드) 패널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원가 경쟁력을 갖추지 쉽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까지 중소형 올레드의 수율과 생산능력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사실상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안정적 패널 공급처를 확보하는 일이 다급한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시장 위축과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격적 가격 전략 모두를 막아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시장은 무역분쟁의 여파가 산업 전체로 확산돼 관련 부품산업들도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플렉서블 올레드가 탑재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수월하게 시장 진입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침체된 스마트폰시장 분위기에 더해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스마트폰업황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화웨이가 미중 무역분쟁의 직접 당사자여서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는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5300만 대가량 낮추고, 애플 전망치를 1020만 대가량 하향했는데 이런 추세는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화웨이는 2020년에 기존 예상치보다 1억1250만 대, 애플은 1060만 대 수준까지 줄어든 스마트폰을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들면 중소형 올레드시장의 후발주자인 LG디스플레이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연구원은 “화웨이와 애플의 판매량 감소가 경쟁사의 몫으로 넘어가지 않고 대기수요로 소멸될 것”이라며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경쟁사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시장에 불확실성을 불러와 오히려 수요 위축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가 차선책으로 샤오미, 오포 등을 고객사로 공략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가 중저가 플렉서블 올레드 패널을 앞세우면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저가 플렉서블 올레드에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화권 기업이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애플이 중국 BOE에 아이폰용 올레드 패널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점은 LG디스플레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BOE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LG디스플레이가 애플 공급사 지위를 다질 기회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는 애플의 제3벤더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러한 BOE의 추격이 애플 스마트폰용 패널 공급사로 입지를 구축하려는 LG디스플레이에게 위협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 애플이 BOE의 패널을 채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공급체제가 굳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