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혈액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트룩시마’를 올해 안에 출시해 미국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 회장은 미국에서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보다 빠른 속도로 트룩시마의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정진, 미국에서 셀트리온 램시마 부진 만회할 '트룩시마’ 출시 절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미국 판매 파트너인 ‘테바’가 올해 4분기에 혈액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를 미국에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관련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트룩시마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은 2018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트룩시마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미국 리툭산시장은 약 4조6천억 원 규모로 아직까지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셀트리온이 트룩시마를 미국에 내놓으면 선도자(퍼스트 무버)로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트룩시마 출시 시점을 4분기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미국 파트너인 테바와 지속적으로 출시시기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2016년 4분기에 ‘램시마’로 미국 바이오시밀러시장에 이미 진출했다.

램시마는 2018년 말 기준 유럽시장 점유율 57%로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를 넘어선 셀트리온의 대표적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당초 기대만큼 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램시마(미국 이름 인플렉트라)의 올해 1분기 미국시장 점유율은 6%, 매출은 5700만 달러(약 670억 원)로 나타났다.  매출은 2018년 4분기 7천만 달러보다 18.6%나 감소했다. 램시마가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셀트리온은 램시마의 부진을 만회해줄 새로운 제품이 절실해지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미국에서 트룩시마가 성공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서 회장은 3월 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에서 “램시마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화이자보다 테바와 계약관계가 셀트리온에 더 유리하게 돼 있다”며 “앞으로 트룩시마의 미국 마케팅이 더욱 공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바는 혈액암 치료제인 ‘트리세녹스’, ‘벤데카’, ‘트린다’를 이미 판매하고 있어 트룩시마의 초기 시장장악에 필요한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며 “게다가 테바는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태여서 트룩시마의 성공에 집중할 유인이 높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트룩시마가 항암치료제여서 램시마보다 미국 침투가 수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정진, 미국에서 셀트리온 램시마 부진 만회할 '트룩시마’ 출시 절실

▲ 셀트리온의 혈액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미국은 사보험 위주의 의약품시장이어서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램시마의 미국 점유율 상승이 기대보다 더딘 것도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에 상당한 리베이트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항암제는 오리지널 제약사가 과도한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어려운 약품으로 분류된다.

트룩시마의 오리지널인 리툭산도 램시마의 오리지날인 레미케이드와 달리 리베이트 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에서 트룩시마와 같은 항암제는 램시마와 달리 사보험사 의약품 처방목록 진입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램시마가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미국 보험사 진입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트룩시마는 초기 선점이 중요한 미국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며 “관건은 트룩시마의 미국시장 점유율 확대속도”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