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주류세 개편안과 관련해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류세 종량제 도입을 맥주와 막걸리에 우선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맥주사업 부진을 소주사업으로 메우고 있는 두 회사가 한시름을 덜게 됐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주세 개편안에 소주 제외돼 한숨 돌리나

▲ 김태환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대표이사(왼쪽)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맥주 또는 탁주부터 우선 종량세로 전환하고 나머지 주종은 중기적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주류세 개편 용역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소주 등 증류주와 와인 등은 5년 동안 전환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용역 결과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주류업계 의견들을 바탕으로 주류세 개편안을 확정짓기로 했다.  

양순필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과장은 공청회에서 "아직 주세 개편안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오늘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주류세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소주는 기존 세제체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두 회사의 현금 창출원으로 꼽히는 소주제품에서 조세부담이 늘어날 우려를 덜게 됐다.  

두 회사는 모두 맥주사업에서 부진을 소주사업에서 메우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 맥주사업에서 영업손실 205억 원을 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 전체 영업손실 42억 원을 냈는데  160억 원가량을 소주사업에서 만회한 셈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1분기 주류부문에서 영업손실 60억 원을 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은 맥주와 소주를 놓고 별도의 영업이익을 내지 않고 있어 맥주 적자를 어느 정도 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롯데칠성음료가 맥주부문에서 영업적자폭을 줄여나가기 위해 힘쓸 것”이라며 “롯데칠성음료가 주류사업에서 소주부문의 안정적 성장과 맥주부문에서 홍보활동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여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용역 결과대로 정부가 맥주제품에 종량세를 우선적으로 도입하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모두 맥주제품에서 세금이 줄어들면서 맥주사업에서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맥주제품에 종량세가 적용되면 국산제품의 주세 납부세액은 1.8%, 전체 세 부담은 1.64% 줄어든다.

주류업계는 맥주 1ℓ당 835원(권성동 의원 법안 기준)에서 840.62원(조세재정연구원 연구 결과) 사이에서 주세가 결정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제품에 종량세 도입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면 기존 세 부담만큼의 편익이 발생한다"며 "이 부분이 이익으로 돌아가면 해당 부분만큼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고급 수입 맥주제품에서 세금 부담이 낮아짐에 따라 국내 맥주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공청회에서 "맥주제품에 종량세가 적용되면 저가 수입 맥주에는 세금 부담이 커지지만 고급 수입 맥주는 세금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