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 구조개편을 위한 첫 발을 뗐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과 주원호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연구원장 전무는 물적분할 이후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사내이사를 맡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을 위한 실무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조영철 주원호, 한국조선해양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진두지휘

▲ 조영철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왼쪽), 주원호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연구원장 전무.


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분할 등기일인 3일 이사회를 열어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조 부사장과 주 전무가 뒤를 받치는 사내이사진을 꾸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 부사장과 주 전무를 놓고 “두 사람은 모두 회사 전반에 이해가 깊고 실무 경험도 풍부한 사내이사 적임자”라며 “현대중공업그룹이 한국조선해양을 필두로 조선사업의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전무는 한국조선해양에서 먼저 현대중공업의 엔진기술을 대우조선해양에 도입하는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이 선박엔진사업부문을 보유해 선박 건조의 모든 과정을 자력으로 진행했던 것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은 엔진기술이 없어 HSD엔진 등 외부업체에 엔진 제작을 맡겨왔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을 현대중공업으로 이전해 오는 일도 주 전무의 몫이다.

현대중공업은 KC-3(가칭)이라는 LNG화물창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솔리더스(Solidus) 화물창 기술이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LNG운반선에는 프랑스 GTT의 마크 화물창 기술이 적용되는데 GTT의 가장 최신기술인 마크V 기술의 LNG 기화율은 0.07%다.

대우조선해양의 솔리더스 화물창 기술은 기화율이 0.049%로 마크V보다 LNG 저장효율이 높으며 5월28일 한국선급의 설계승인도 받아 신뢰도도 높다.

대우조선해양의 아크7 쇄빙선 건조기술도 현대중공업에게 필요한 기술이다.

아크7 기술은 최대 2.1m 두께의 얼음을 부수며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의 건조기술로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확보했다.

러시아는 6~7월 ‘북극 LNG2 프로젝트(Arctic LNG2 Project)’를 진행하기 위해 쇄빙 LNG운반선 15~20척의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도 입찰 참가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크7 쇄빙선 건조기술을 확보한다면 수주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완전히 인수하기까지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 부사장이 이 인수 과정에서 실무 진행을 맡는다.

산업은행이 먼저 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5973만8211주)를 모두 현물출자한다. 그 대가로 한국조선해양은 1조2500억 원 규모(911만8231주)의 상환전환우선주와 보통주 약 7%(609만9569주)를 발행해 산업은행에 넘긴다.

이어서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5천억 원가량의 유동성을 투입하는 것으로 차입금 상환을 돕는다.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조선해양도 1조2500억 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 부사장이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절차를 마무리하면 현대중공업지주가 한국조선해양의 최대주주, 산업은행이 2대주주에 오른다.

유상증자 규모에 따라 지분율은 변할 수 있으나 현대중공업지주가 28.5%, 산업은행이 18%가량의 한국조선해양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조선사업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과 함께 새로 인수할 대우조선해양까지 거느리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조영철 부사장은 1961년 태어나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현대오일뱅크 경영지원본부장,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장 등을 거쳐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에 올랐다.

주원호 전무는 1966년 태어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현대중공업에서 동역학/의장연구 담당임원, 기반기술연구소 부문장 등을 거쳐 중앙기술원장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