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케이뱅크 지분 확대의 희망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 정부에서도 법 개정 등 당장 구체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는 데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의 완화를 놓고 반대의견도 나오는 만큼 KT의 케이뱅크 지분 확대 바람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KT, 케이뱅크 지분 확대 길 열릴까 실날 같은 희망 걸어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31일 업계에 따르면 여야 정치권과 정부 관련 부처는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요건이 과도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30일 비공개로 연 당정협의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협의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요건 가운데 공정거래법 위반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고 담합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의 내용이 논의됐다고 한다.

과거 법 위반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KT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KT는 과거 조달청 등이 발주한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12건의 입찰에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 등과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고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검찰이 KT에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이유로 KT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이 있으면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KT의 공정거래 위반이 대주주 자격을 문제삼을 수 있는 구체적 사례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금융위의 대주주 심사가 재개될 공산이 있다는 점에서 KT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5년에서 3년으로 제재 기간을 줄이는 방안과 함께 아예 5년 금지 조항을 삭제하자는 의견이 있다는 점도 KT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심사에 금융관련법령 위반 전력이 있는지 한 가지만 살피고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은 빼자는 법을 발의했는데 전체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완화를 두고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정협의회가 30일 논의한 내용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자본확충이 시급한 케이뱅크와 KT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30일 당정협의회 회의를 마친 뒤 “규제가 완화돼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과당경쟁이 있을 수도 있다”며 “일단 3분기에 다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보고 국회 차원에서 대주주 적격성 규제완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논의되는 내용이 기존 사업자가 아닌 신규 사업자를 위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것인 만큼 KT의 족쇄를 풀어주는 쪽으로 법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유 의원도 당정협의회의 논의 내용을 전하면서 “기존 사업자인 카카오뱅크의 성공사례와 케이뱅크의 어려운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인터넷은행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부적격자가 사업자로 선정돼 금융시장의 골칫덩이가 되거나 재벌이 경제력 집중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심사요건 완화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이 절실하다. 

케이뱅크는 5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KT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으로 좌초된 뒤 현재 KT를 대신할 수 있는 신규 주주사 2~3곳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자본 부족으로 신규대출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기존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한 대출에 만기가 돌아오면서 부실채권 비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은행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KT가 확보하려고 했던 34%가량의 지분율을 대체할 주주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케이뱅크가 급한 불을 끄는 정도의 유상증자만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물론 그조차도 불확실하다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