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스태프와 체결해 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 제작업계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감독들 중에는 근로기준법을 지키면서 영화를 제작하면 작업에 제한을 받고 창의적 활동의 흐름이 끊기거나 창작력을 발휘하는 데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봉준호 감독의 사례가 영화업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근로기준법 지킨 영화 '기생충', 저예산영화와 독립영화에도 확산돼야

▲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탔다.


표준근로계약서는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2011년 5월 영화진흥위원회 권고안으로 처음 발표됐다. 2013년 4월부터 영화업계 노사의 합의에 따라 활용되기 시작했다. 

표준근로계약서에는 근로·휴게 시간부터 임금, 연장근무·휴일수당, 휴일·휴가, 4대보험 가입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영화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대형 배급사가 투자를 맡은 영화는 대부분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해 제작하고 있다.

특히 4대 메이저 영화투자배급업체가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는 대부분 표준근로계약서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CJENM이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 11편 전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는 8편 모두 스태프와 근로표준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컬처웍스는 8편 전부, 쇼박스는 5편 가운데 4편으로 80% 수준으로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봉준호 감독도 “기생충만이 유별난 건 아니고 2∼3년 전부터 영화 스태프의 급여 등은 정상적으로 정리가 됐다"며 "한국영화는 2∼3년 전부터 (그런 점들을) 정리를 해왔다. 영화인들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CJENM은 바른손이앤에이와 기생충의 제작 및 공급계약을 125억 원에 체결했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돼 메이저 영화투자배급사가 참여한 영화인 만큼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화업계의 근로환경은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를 기준으로 보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영화 63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8%에 해당하는 49편이 근로표준계약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근로표준계약서가 최초로 도입된 2013년 5.1%(6편)에서 2014년 23%(23편), 2015년 36.3%(29편), 2016년 48.4%(30편)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75.4%(43편)로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이 비중은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는 제외한 수치다.  
 
근로기준법 지킨 영화 '기생충', 저예산영화와 독립영화에도 확산돼야

▲ 영화 기생충 스틸이미지.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 TV드라마는 여전히 근로표준계약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2018년 표준근로계약서를 채택하지 않은 영화 14편 가운데 12편(86%)이 순제작비 10억 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였다. 나머지 2편도 순제작비가 10억∼20억 원 수준이었다. 

저예산, 독립영화는 제작비가 10억 원 미만이 들어가기 때문에  표준근로계약서를 지키는 것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영화 제작사에서는 영화 스태프는 프리랜서 신분이기 때문에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2017년 영화 스태프들이 임금을 체불한 영화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위반을 이유로 들어 소송을 제기하자 사용자 측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스태프들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다행히 재판의 1심에서는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결과가 나왔다.

영화 기생충처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했다는 사실이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도록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 제작자들과 감독들도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쓰는 사례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