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임시 주주총회의 장소와 시간을 기습적으로 변경해 물적분할 안건을 처리했다.

주주총회 개최를 저지하기 위해 울산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있던 노조는 뒤늦게 주총 장소 변경을 알았지만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현장] 현대중공업 주총장소 기습변경에 허탈한 노조, 법적대응 별러

▲ 31일 오전 11시30분경 울산대학교에 뒤늦게 도착한 조합원들이 인도를 봉쇄한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31일 오전 오전 10시30분 조합원들이 농성중이던 한마음회관에 주주총회 장소와 시간이 변경됐다는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현대중공업이 이날 오전 11시10분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임시 주총을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뒤 입구를 틀어막고 경찰과 대치하며 사측의 임시 주주총회 진행인원과 주주들의 진입을 저지하고 있었다.

농성장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일부 조합원은 울산대로 가기 위해 급히 자리를 떴다. 현대중공업이 이런 내용을 공시한 때보다 5분 일찍 주총 장소와 시간이 바뀐 것을 알았지만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조합원들은 오토바이와 개인 차량에 올라 울산대를 향했지만 주주총회 진행을 막을 수 없었다.

울산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로 가는데는 차량으로 빠르게 이동해도 40분가량이 걸린다. 울산대 체육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임시 주총이 시작됐고 게다가 경찰이 배치돼 주총장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

울산대학교의 한 학생은 “10시30분경 경찰이 몰려와 체육관으로 통하는 차도에 버스로 차벽을 치고 인도를 봉쇄했다”며 "순식간에 체육관으로 통하는 길이 모두 막혔다"고 말했다.

뒤늦게 주총현장에 도착한 한 조합원은 “최대한 빨리 오려고 노력했지만 물리적으로 무리였다”며 “솔직히 힘이 빠진다”고 허탈해했다.

노조는 이날 임시 주주총회의 결과를 놓고 원천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노조는 “우리사주조합 등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이번 주주총회는 적법한 주주총회가 아니며 승인받은 안건 역시 무효”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