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아버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민간외교관’으로서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을 수 있을까?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6월1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는 조 회장에게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오늘Who] 조원태, 조양호 '글로벌 항공업계 리더십' 승계 기회 잡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 회장은 별세한 아버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을 대신해 이번 행사의 의장을 맡게 됐다. 행사가 종료되는 6월3일에는 조 회장의 IATA 집행위원회 위원 선출 여부도 결정된다. 

이번 IATA 연차총회가 대한항공 주관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조 회장이 이번 행사의 의장을 맡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집행위원회 위원 선출은 무게감이 조금 다르다. 

집행위원회는 IATA의 최고 정책 심의·의결기구로 항공업계의 UN으로 불리는 IATA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조직이다.

IATA에는 290여 개의 항공사가 가입돼있는데 집행위원회 위원은 31명 뿐이다.

조 회장이 IATA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다면 세계 항공업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목표로 삼고 있는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글로벌 항공사 사이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조 회장이 이번 IATA에서 성공적 ‘데뷔전’을 치러야 하는 이유다.

대한항공은 최근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계속해서 강화해 나가고 있다. 조인트벤처는 두 개 이상의 항공사가 한 회사처럼 출·도착시간, 운항편 조정 등을 통해 스케줄을 최적화하고 공동전략을 수립해 마케팅·영업활동을 강화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형태다.

2018년 고유가와 자연재해 등으로 항공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이 경쟁사보다 비교적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조인트벤처 효과에 힘입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을 일본 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인트벤처의 일환으로 4월12일 인천~보스턴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보스턴 노선은 아시아지역에서 일본항공(도쿄), 캐세이퍼시픽(홍콩), 하이난항공(베이징·상하이) 등이 이미 취항하고 있는 노선이다.

대한항공은 기존에 나리타공항 등 일본을 경유하던 미주 출발 아시아행 환승수요를 인천공항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IATA 연차총회는 아버지 조양호 전 회장의 유산을 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 회장에게 더욱 특별한 행사가 될 수 있다. 

조양호 전 회장은 IATA의 집행위원회 위원일 뿐 아니라 집행위원회 위원 가운데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구성된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도 맡고 있을 정도로 세계 항공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진행한 데에도 조 회장의 글로벌 항공업계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조양호 전 회장이 생전에 유치를 위해 커다란 공을 들였던 행사다. 조양호 전 회장은 대한항공 창립 50주년이 되는 2019년에 IATA 연차총회를 한국에서 열 수 있게 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전 회장의 글로벌 영향력은 항공업계를 넘어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위원장을 맡아 항공업계에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동계올림픽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조양호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민간외교관'이라는 평판을 얻기도 했다.

조 회장이 IATA에서 아버지의 글로벌 리더십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