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프렌즈에 자극받은 은행, 자체 캐릭터 내세우지만 성과는 미미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한은행의 '쏠 익스플로러스', KB국민은행의 '리브와 친구들', NH농협은행의 '올원 프렌즈', 우리은행의 '위비 프렌즈'.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캐릭터를 은행의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아 실효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0일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2017년 출범한 뒤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워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한 뒤 은행들도 잇달아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한 체크카드는 2017년 7월 출시된 뒤 2년도 되지 않아 804만 장이 넘게 발급됐다. 출시 초기에 카드를 신청한 뒤 받기까지 한 달이 걸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은행들도 연이어 자체적으로 은행 캐릭터를 개발하거나 리뉴얼해 각종 상품 및 서비스 홍보에 사용하며 은행의 브랜드 홍보대사 역할을 맡기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인공지능 업무처리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하고 이름을 ‘A.I몰리’로 정했다.

몰리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4월 모바일앱 ‘(쏠)SOL’을 출시하면서 함께 내놓은 6가지 캐릭터  ‘쏠 익스플로러스’ 가운데 하나다. 탐험대장인 북극곰 ‘쏠’의 친구로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똑똑한 박사 캐릭터다.

신한은행은 2011년에 4월 자체 캐릭터인 ‘신이' ’한이‘ '찬이’ ‘랑이’ ‘토리’를 선보였으며 2015년부터 ‘써니’를 은행 홍보에 사용했다.

이 캐릭터들은 강아지와 요정 등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는데 나온 지 시간이 상당부분 지난 데다 최근에는 카카오프렌즈처럼 동물을 모티브로 한 귀여운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는 흐름에 맞춰 새로운 캐릭터 ‘쏠 익스플로러스’를 내놓았다.

KB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 차원에서 만든 ‘별비’ ‘깨비’ 캐릭터와 함께 모바일앱 ‘리브(Liiv)’를 내놓으면서 만든 캐릭터 5종으로 구성된 ‘리브와 친구들’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5년 모바일뱅킹 ‘위비뱅크’의 캐릭터로 꿀벌을 형상화한 ‘위비프렌즈’ 선보인 뒤 모바일앱과 카드 등은 물론 휴대폰 테마, 에코백, 목베개 등 ‘굿즈’를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 NH농협은행은 ‘올리’와 ‘원이’, Sh수협은행은 ‘아리’, ‘아라’, ‘라온’ 등 지난해와 올해 자체적으로 캐릭터들을 개발해 은행의 마스코트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이모티콘 등 캐릭터 활용에 익숙한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수월할 뿐 아니라 은행의 캐릭터는 온·오프라인 홍보물 및 사은품, 상품 및 서비스, 자동화기기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확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한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사례에서 보듯 인지도를 확보한 캐릭터는 한 번의 개발비용으로 꾸준히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들이 주요 광고모델로 삼고 있는 스포츠 스타나 유명 아이돌 가수 등과 비교해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낮다는 점도 캐릭터 활용 마케팅을 선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은행들이 자체 개발한 캐릭터들은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아 인지도가 여전히 낮은 만큼 이런 캐릭터 마케팅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자체 캐릭터인 '읏맨'을 앞세운 TV광고 등을 내놓으며 브랜드 이미지의 대중화를 상당부분 이뤄낸 것으로 평가되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대부분 배우나 아이돌 가수, 스포츠 스타 등 유명 광고모델을 앞세운 TV광고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시중은행의 캐릭터를 보고 어느 은행의 캐릭터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긴 쉽지 않다.

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나 네이버의 라인프렌즈, OK저축은행의 ‘읏맨’ 등과 같이 캐릭터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징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은 기존에 인지도를 충분히 확보한 ‘개구쟁이 스머프’나 ‘마블’, ‘아기상어’, ‘포켓몬’ 등의 캐릭터를 활용한 카드 및 통장 등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캐릭터를 은행의 브랜드 마케팅이 아닌 상품 마케팅에 초점을 맞춰 활용한 것인데 사실상 은행 자체적 캐릭터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수적 은행의 이미지를 벗어나 젊고 친근한 분위기를 꾀할 수 있는 데다 비용적 측면에서도 캐릭터 마케팅은 매우 매력적”이라며 “다만 자체 개발한 캐릭터만을 브랜드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인지도 측면에서 감수해야할 부분도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