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기업 AMD가 경쟁사인 인텔보다 훨씬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을 갖춘 CPU를 공개하면서 시스템반도체시장을 주도할 채비를 갖췄다.

삼성전자가 이전부터 AMD와 메모리반도체 공급과 반도체 위탁생산 등에서 협업해온 만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협력할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 AMD, 시스템반도체시장 '대세'로 자리매김

30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인텔과 엔비디아에 밀려 만년 2위 기업으로 평가받던 AMD가 마침내 전성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대세' AMD의 위탁생산 따낼까

▲ 리사 수 AMD CEO.


경제전문지 포천은 "AMD와 인텔의 오랜 경쟁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며 "AMD의 기술 혁신속도가 인텔을 앞지르면서 시장 판도가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증권사 스티플은 인텔이 약 50년 동안 지켜냈던 PC용 CPU의 기술 우위를 처음으로 AMD에 빼앗길 수도 있게 됐다며 AMD의 CPU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AMD는 최근 대만 PC박람회 '컴퓨텍스2019'에서 3세대 라이젠3000 CPU를 공개했다. 2세대 CPU와 비교해 성능이 크게 높아졌고 일부 제품은 더 비싼 인텔 CPU보다 구동성능이 뛰어나다.

인텔의 CPU가 기준으로 자리잡은 시장에서 AMD의 CPU는 '이 가격으로 이 정도 성능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는 반응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AMD는 CPU와 그래픽반도체(GPU)를 주력으로 하는 반도체기업으로 PC시장에서 인텔, 그래픽반도체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상위 경쟁사로 두고 있어 장기간 성장에 고전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설계 기술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 전자업계와 소비자들에 가장 주목받는 시스템반도체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인텔의 주가가 21%, 엔비디아 주가가 42% 떨어진 반면 AMD 주가는 117%의 상승폭을 보였다는 점도 이런 입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삼성전자, AMD 반도체 위탁생산 따낼까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 1위에 오른 삼성전자도 AMD가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시장 판도 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AMD는 삼성전자와 사업 분야가 겹치지 않아 경쟁사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삼성전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도체사업에서 협력을 주도해야 할 최적의 파트너로 꼽힌다.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AMD는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은 '팹리스'이기 때문에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기업과 전략적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AMD는 그동안 글로벌파운드리와 장기간 협력을 맺고 반도체 위탁생산을 주로 맡겨 왔는데 지난해 글로벌파운드리가 새 미세공정 기술 개발을 포기하면서 대만 TSMC와 손을 잡았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삼성전자와 TSMC의 공정 기술력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판단해 7나노 공정 개발을 중단한 뒤 반도체 생산공장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EUV(극자외선)기술을 위탁생산에 새로 도입하면서 7나노 반도체 양산이 늦어지자 AMD는 TSMC의 7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것 외에 사실상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AMD가 차기 CPU 또는 그래픽반도체에 삼성전자를 위탁생산 협력사로 점찍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미세공정 기술의 개발 계획까지 공개하면서 반도체 위탁생산 기술력에서 TSMC를 뛰어넘고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MD가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전성기를 맞이한 만큼 성장세에 더욱 탄력을 받기 위해 반도체 성능 향상에 유리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선택할 이유가 크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대세' AMD의 위탁생산 따낼까

▲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공장.


AMD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반도체 전문매체 어낸드테크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이전에도 함께 일한 적이 있어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하며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미 삼성전자는 14나노 미세공정으로 AMD의 반도체 일부를 위탁생산한 적이 있고 AMD의 그래픽반도체에 활용하는 HBM2 D램과 그래픽(GDDR) D램 등 차세대 메모리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위탁생산을 포함한 시스템반도체분야에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공격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AMD를 고객사로 확보한다면 삼성전자가 위탁생산사업에서 안정적 실적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AMD의 가파른 성장세에 맞춰 시스템반도체사업을 더 빠르게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타임스를 통해 "삼성전자는 지금이 AMD를 위탁생산 고객사로 끌어들일 적기"라며 "고객사에 기술력을 인정받는 일이 중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