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애경그룹이 거명되고 있지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으로서는 크게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에게 ‘돈 많고 능력 있는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명분으로 매각을 밀어붙였다.
 
이동걸,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으로 애경그룹이 눈에 찰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애경그룹이 과연 이 기준을 충족하는 새 주인이 될 수 있는지를 놓고는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애경그룹은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인수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미 인수 준비를 위해 주간사를 선정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SK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이 공개적으로 인수 가능성을 일축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회장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금력이다.

이 회장은 사실상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종용했다. 어렵게 대주주를 내몬 만큼 기존 대주주를 뛰어넘는 자본력은 물론 경영능력도 갖춘 대기업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단순히 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자금력과 의지를 품고 있느냐를 더욱 중요하게 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 SK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이 거명됐던 이유도 이들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또 인수한 뒤에도 꾸준히 지원하며 감당할 만한 자본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승자의 저주’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지금의 사태에 이른 근본적 원인이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인수합병에 따른 승자의 저주에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 등을 더해 1조5천억 원에서 2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그러나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보유한 유동성 자산은 1조3833억 원, 이 가운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550억 원에 그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하려면 외부자금 유치가 불가피하다.

인수자금이야 재무적투자자(FI)를 모집하는 방법 등을 통해 마련한다 해도 그 다음이 문제다. 인수자는 3조 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영구채 이자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은 4월 말 4천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산업은행이 이를 사들였다. 이 영구채 금리가 7%대로 다소 높게 책정돼 산업은행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280억 원가량의 이자를 내야한다.

AK홀딩스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부채비율이 급등해 애경그룹 전체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사들이며 밟았던 전철을 애경그룹이 다시 밟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금력을 제외하고도 여러 가지 문제가 남는다. 애경그룹이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성공적으로 키운 경험이 있긴 하지만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은 단순히 규모만 다른 게 아니다.

제주항공은 단일 기종만 운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수익을 낸다. 단일 기종을 운영하면 항공기의 구매나 임대가 쉽고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 등의 훈련비용과 정비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다양한 기종을 운용하고 있다. 또 제주항공은 단거리 노선만 운용하는 데 반해 아시아나항공은 유럽과 미국 등 장거리 노선도 다수 운영한다.

제주항공은 보잉의 항공기만 운용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와 보잉의 항공기를 모두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능력이나 자금력은 물론 인수 뒤의 시너지 등 어느 면에서 보든 애경그룹은 채권단의 성에 차지 않을 인수자로 보인다”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SK그룹이나 한화그룹 등 규모가 있는 곳에서 인수하길 바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